▲8일 오후 배구선수 김연경(흥국생명)이 강원 홍천군 홍천군체육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7.08.

[김부삼 기자] 해외 생활을 접고 국내로 돌아온 김연경(흥국생명)은 "앞으로 가야할 방향들을 봤을 때 국내 복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계속 한국에서 뛸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고 웃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간다면 계속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김연경은 8일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 여자프로배구 홍천 서머매치에 앞서 흥국생명 복귀 후 첫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연경은 "국내로 돌아온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생각을 했다. 돌아올 수 있어서 기쁘다. 국내팬들 만나게 돼 설렘이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김연경의 일문일답.

-다시 국내 무대로 돌아온 소감은.
"국내로 돌아온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생각을 했다. 돌아올 수 있어서 기쁘다."

-2년 전 복귀 때는 올림픽 메달이 목표였는데 이번에는 어떤 배경이 있나.
"아직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내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들을 봤을 때 국내 복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어린 나이가 아니고 은퇴 생각을 어느 정도 해야하는 나이가 됐기에 국내로 돌아오게 됐다. 은퇴를 한다는 건 아니다. 오해하지 말아달라(웃음)."

-해외 러브콜도 있었는데.
"아직 해외 빅리그에서 콜이 온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크다.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다시 국내로 복귀한 이유 중 하나는 어쨌든 내 앞으로 가고픈 방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자까지 염두에 둔 결정인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결정된게 하나도 없다.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있다. 천천히 준비하는 과정이다.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어쨌든 배구와 관련된 일들, 도움이 될만한 일들을 하기 위한 것이다. 좋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면 11년 만의 FA가 되는데.
"처음 해외에 나갈 때 6년이라는 시간을 꼭 채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채워서 기쁘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
"합류 4일째인데 분위기가 너무 좋다. 훈련하면서 (선수들의) 실력과 체력이 발전하는 걸 보면서 비시즌 준비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승이 쉽진 않을 것이다.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 등 상위팀들이 잘한다. 어렵지만 선수들과 잘 준비해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권순찬 감독 스타일은 어떤가. 서머매치에는 나서나.
"감독님은 자기가 부산 사나이라고 이야기 하시더라. 털털하시고 상남자의 느낌이 있다. 아니면 아니고, 맞는 건 맞다고 확고하게 말을 해준다. 나로서는 편하고 좋다. 추구하는 배구도 확고한 점이 있어서 잘 따라가면 그 전 흥국생명 플레이와 다른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 서머매치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대표팀의 VNL 성적이 안 좋았는데.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을 했고, 그 대회를 나갔을 때 힘든 걸 잘 알아서 '고생을 많이 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응원했다. 아쉽게 승리하지 못했지만 점점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다. 모든 분들이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

-일본과 태국의 선전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팀들 경기를 다 봤다. 팀의 색깔과 스타일이 확고하게 느껴졌다. 아직 따라가기엔 우리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과 좋아져야 할 부분이 많이 보였다. 세계선수권대회가 중요한데 잘 준비하면 VNL 때보단 더 좋은 모습 보여줄 것이다."

-베테랑들, 세자르 감독과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박)정아 선수와 연락을 많이 했다. 새롭게 주장 맡으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박정아가) 조언을 많이 구했다. 상황을 좀 듣긴 했는데 아시다시피 힘들다. 우리는 유럽 경험이 없기에 시차와 이동거리가 예민한 것은 사실이다. 좀 더 조언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주고 있다. 감독님과 지금도 계속 연락하고 지낸다. 경기 전, 경기 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한국 배구가 더 좋아질 것에 대한 대화를 좀 많이 나눴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아직 설정하지 못했다. 앞으로 생각해야겠지만, 올 시즌은 개인적 목표보단 팀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많은 분들에게 재미를 주고, 얼마나 팀이 올라가는지에 목표를 두고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다."

-여자부 최고 몸값 선수이지만, 적다는 주장도 있다.
"어려운 질문을 하셨다. 여자부와 남자부의 차이가 많이 있는 건 사실이다. 구단들 생각이 다 다르고, 얼마만큼의 예산이 있는지도 잘 모르니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모르겠다. 선수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더 좋은 환경에서 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시작할 때보다 조건과 환경이 너무 좋아졌는데 앞으로 더 좋아졌으면 한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책임감이 주어지니깐 선수들도 거기에 맞춰 경기나 연습에 임해야 한다"

▲8일 오후 배구선수 김연경(흥국생명)이 강원 홍천군 홍천군체육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 전 머리를 만지고 있다.

-주장을 맡을 의향이 있나.
"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김미연 선수가 주장을 하고 있고, 감독님이 부주장으로 김나희 선수를 뽑았다. 두 선수가 팀을 잘 이끌고 있다. 감독님과 선수들이 (하라고) 이야기해도 나는 괜찮다. 어린 선수들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

▲-가족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나.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해외에서 항상 뛰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오셔서 TV로만 보셨다. 이번엔 가까이 있어서 좋아하신다. 사실 나에게 큰 관심이 없다. (양)효진 선수나 (김)수지 선수는 워낙 친한데 두 선수도 딱히 나에게 말을 많이 하진 않는다. '왔구나'라는 느낌이었다."

-미국에서 두 달 정도 훈련을 했는데.
"국가대표를 하면서 오랜 기간 몸 만드는 훈련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계속 경기를 하면서 경기를 위한 웨이트를 했다. 비시즌 훈련을 거의 처음으로 했는데 몸이 좋다는 걸 많이 느꼈다. 미국 전지훈련은 개인적으로 잘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배구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할까.
"스피드를 구사하는 나라들이 많다. 브라질이나 미국 등 많은 나라가 스피드 배구를 한다. 보다보면 정말 빠르다고 느낄 정도다. 앞으로 우리가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스피드 배구가 돼야 한다. 스피드 배구는 하루아침에 되는게 아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거라고 생각한다."

-해외 생활을 오래했는데.
"한국와서 가장 좋은 건 내 집에서 자는 것이다. 스위트 홈이라고 하지 않나. 가족, 친구들과 가깝게 있다는게 좋다. 2년 전 뛸 때는 팬들과 함께 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이번엔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많은 팬 앞에서 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되고 설렌다. 우리 홈구장 많이 와서 꽉 채워주면 좋은 모습 보이도록 열심히 하겠다."

-라바리니 감독과 만났는데.
"라바리니 감독이 폴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에 왔을 때 김수지, 표승주, 양효진과 대전에서 만났다. 저녁도 같이 먹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직 감독님은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많더라. '너 광고 찍을 때 나도 같이 하고 싶다. 같이 좀 하자'고도 하시더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으신 분이다."

-유튜브에서 해외 진출을 적극 권했는데 어떤 점이 더 필요할까.
"한국리그 규정상 5시즌을 뛰어야만 FA다. 그러면 선수는 고액 연봉자가 되고, 해외에서는 신인이 되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제도의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어린 선수 양성을 위해 배우고 올 수 있게끔 풀어주고 다시 소속 선수로 돌아오는, 내가 지금 하는 것처럼 하면 앞으로 한국 배구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태국을 보면 주전들이 다 해외에서 뛴다. 태국리그가 수준이 높지 않기에 해외로 나가는데 그 선수들이 합쳐지면서 강한 팀이 된다. 해외 진출을 좀 더 해서 선진 배구를 경험했으면 한다."

-남은 선수 생활은 국내에서 하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웃음).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간다면 계속 있지 않을까."

-NBA에 도전했던 이현중과 함께 미국에서 훈련했는데.
"현중 선수가 나와 같은 곳에서 훈련한다고 들었을 때 기대가 많이 됐다. 대화를 많이 했는데 확실히 마인드가 좋다. 남자농구는 이현중 같은 선수가 있으니 앞으로 미래가 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아쉽게 (NBA 진출이) 안 됐지만 또 도전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극이 됐다. 어린 선수이지만 멋있다고 느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