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인용품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리얼돌 제품.

[김부삼 기자] 관세청이 여성의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 '리얼돌(Real Doll)'에 대해 통관을 허용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11일 반신형(半身形) 등 신체 일부를 묘사한 리얼돌 제품에 대해 원칙적으로 통관을 허용하는 지침을 일선 세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리얼돌을 관세법 234조 1호에서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규정, 수입하지 못하게 했던 방침을 바꾼 것이다.
지난 2019년 6월 대법원은 한 리얼돌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소송에서 "성 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하여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리얼돌 통관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관세청은 대법원 판결에도 "풍속을 해치는 물건"이라며 리얼돌 관련 하급심 소송에서 패소했을 때에 그 제품과 동일한 제품만 통관을 허용했다.
관세청은 이어진 법원 판결 등을 토대로 이번 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신형 리얼돌 통관은 보류 상태다. 관세청은 다음 달 미성년 형상 리얼돌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를 반영해 세부 통관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미성년 여성을 형상화한 리얼돌은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막을 거면 아예 막거나 풀 거면 아예 풀든가 해야지, 굳이 애매하게 결정을 한 이유가 뭐냐", "반신형 상체, 하체 따로 구매해 합치는 것과 한 번에 전신형을 구매하는 것이 대체 무슨 차이냐", "반신형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 "아래위 사다가 합치면 불법이냐", "그냥 다음 달에 한꺼번에 발표하지"라며 의문을 제시했다.
리얼돌에 대한 국내 여론은 “개인의 자유를 인정해 리얼돌을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과 "리얼돌은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물품이다"라는 주장으로 나뉜다. 리얼돌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리얼돌 통관을 불허하는 행위는 국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개인의 행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단체 및 여성계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 및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근거로 이를 반대한다. 남성들의 성욕 해소를 위해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리얼돌 통관 보류 건수는 2017년 13건에서 2018년 101건, 2019년 356건, 2020년 280건, 2021년 428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210건의 통관이 보류됐다. 이 가운데 수입업자가 관세청의 통관 보류 처분에 불복, 지난 5월까지 법원에 제기한 소송 건수는 총 44건에 이른다. 관세청이 16건에서 패소했고, 중간에 소 취하가 4건 있었다. 나머지 24건은 계류 중이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