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삼 기자] 뺑소니 사고를 숨기려 한의사로부터 허위 진료기록부를 제출받아 수사과정에서 제출해 처벌을 피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이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등 혐의로 기소된 A(51)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3년 7월25일 오후 11시20분께 인천 남구의 한 도로에서 피해자(당시 17세)를 들이받은 뒤 달아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한 경찰관 A씨는 이 사고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중국 국적의 한의사 B씨에게 부탁해 자신이 사고 당시 안면마비가 와 지인에게 사고처리를 맡기고 병원에 간 것처럼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해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B씨는 A씨가 우측안면 신경마비로 급하게 한의원에 왔다는 취지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했고, A씨는 이를 인천 남부경찰서 뺑소니조사팀과 징계사건을 진행하던 행정안전부(당시 안전행정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출한 혐의가 있다.
이 밖에 A씨는 지난 2015년 자신의 경찰 휴대용 단말기로 특정 인물의 지명수배 내역을 조회한 뒤 지신에게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는 경찰공무원으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법리 등을 잘 알고 있었다"라며 "도주의 고의를 부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고, 단순한 정상관계(양형고려 요소)의 자료로만 허위 진료기록부를 제출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가 발급한 진료기록부의 내용은 사회적 신용성이 보장된다고 할 것"이라며 "검사는 이 사건에 관해 기소유예 처분을 하면서 'A씨는 당시 안면마비 증상이 나타나 구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기재해, 허위 진료기록부의 내용을 기소유예 처분의 중요한 사유 중 하나로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기관의 기소유예 처분은 행안부 소청심사위의 '해임을 강등 처분으로 변경한다'는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A씨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B씨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2심은 A씨의 뺑소니 사고 은폐 혐의에 관해 1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다.
다만 A씨가 지명수배 내역을 지인에게 알려줘 공무상비밀을 누설한 혐의에 대해선 위법한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했다.
수사기관이 A씨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포착하게 된 건 그의 지인의 뇌물 의혹에 관한 사건 때문이었다. 지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던 중 A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발견한 것이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A씨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으므로 문자 메시지 등은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2심 설명이었다.
2심은 "영장주의에 위배돼 수집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부당하다"며 1심보다 줄어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