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예술감독)가 18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태리 출신의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는 오는 23일, 25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경기필하모닉 ‘베르디 레퀴엠’ 지휘를 끝으로 4년간의 임기를 마무리 한다. 2022.07.18.

[김부삼 기자] "지난 4년간 예술적 관계를 넘어 인간적인 끈끈함을 느꼈어요. 마치 가족과 같죠.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시간은 마법 같아요."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가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4년을 마무리한다. 세계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 및 콘서트홀 무대에서 활약해온 그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경기필을 이끌어왔다.
그는 오는 23일과 25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베르디의 '레퀴엠'으로 마지막 무대를 선보인다.
자네티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경기필과의 이별에 "매우 슬프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한데, 처음부터 상호 존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끈끈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며 "경기필이 지금까지처럼 계속 발전해 앞으로도 국제적 수준으로 잘하리라 믿고 있다"고 신뢰를 보였다.
지난 4년의 임기를 돌아보면 경기필만의 색채를 다듬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자네티는 "우리만의 연주법과 방식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였다"며 "경기필과 저 사이의 언어를 발전시켰고, 상호 작용하며 유동성을 키운 게 성과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시대와 작곡가들 작품으로 여러 시도를 하며 함께 호흡을 맞춰갔다"고 말했다.
"처음 계약을 맺기 전 경기필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연주를 이미 들었어요.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는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했고, 거장 지휘자인 리카르도 무티와 두 번이나 공연한 걸 알고 있어 기대했죠. 저와의 작업을 통해선 음색을 투명하고 세밀하게 다듬었다고 생각해요. 이전엔 웅장함을 주로 보여줬다면 작은 규모의 연주 등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방식과 표현을 시도하며 다양한 기량을 길렀죠."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이 취소되는 등 온전히 무대에 서지 못한 시간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음악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건 전혀 없었다. 때때로 작품 자체가 어려운 적은 있었지만 함께 극복해냈다"고 말했다.
"2018년 9월에 시작해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무대에 선 게 2019년 12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첫해엔 14~16개 공연을 했는데, 그 이후엔 다해도 10회 정도밖에 안 되죠. 그럼에도 베토벤, 슈만 등 상당히 많은 곡을 함께했지만, 오케스트라와 완전히 무언갈 만들어내기엔 4년의 시간은 부족했고 완전한 시간이 아니었음에 큰 아쉬움이 남아요."
프로그램적으로는 "말러의 작품을 다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프랑스 작곡가들을 더 깊이 다루지 못한 것과 차이콥스키 곡을 기존의 경기필 연주와 다르게 시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경기필과의 마지막 공연인 베르디의 '레퀴엠'도 당초 2020년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돼 그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됐다. 베르디의 종교음악 중 가장 규모가 큰 작품으로 오페라의 극적인 요소를 갖고 있어 '망자의 오페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과 이탈리아 성악가 각 2명씩 4명의 독창자와 혼성 4부 합창이 함께하며 연주 시간만 90분에 달한다.
그는 "현재 유럽에선 전쟁이 일어나고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기후위기, 코로나19 등 많은 위기에 직면해있다. 이런 상황에 시기적으로 적절한 작품"이라며 "'레퀴엠'은 죽음에 대한 작품인데, 슈만 등이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으로 그렸다면 베르디는 죽기 전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단어로 축약하면 '왜?'인데, '왜 죽어야 하는지' 등 궁극적 질문을 한다. 매우 인간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원들은 물론 한국 관객들과의 시간은 특별했다고 전했다. "단지 책임감이 아니라 리허설부터 모든 순간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영원히 간직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특히 한국 관객들 수준에 매우 놀랐다. 매번 공연이 끝난 후 SNS 등을 통해 소감을 남기고 피드백을 주는데, 오케스트라가 전달하려는 느낌을 정확히 읽어내는 걸 보면서 놀라웠다. 공연하며 오케스트라와 관객이 서로 배워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경기필을 비롯해 한국 무대는 언제나 환영이라고 밝혔다. "경기필과 다시 함께할 수 있다면 정말 좋죠. 미래에 가능성이 있다면 언제든지 그 기회에 응할 생각이에요. 그동안 함께해준 한국 관객들의 사랑을 잊을 수 없어요. 아주 큰 감사함을 느끼고 있죠. 많은 사랑이 느껴져서 큰 기쁨이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예요."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