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우승했다. 2022.05.13.

[김부삼 기자] '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새 역사'를 향해 날아오른다.
우상혁은 19일 오전 9시45분(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리는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 출전한다.
우상혁은 지난 16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을 넘어 공동 1위로 결선행 티켓을 따냈다. 한국 높이뛰기 선수가 세계선수권 결선 무대를 밟은 것은 우상혁이 1999년 세비야 대회 이진택 이후 23년 만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과시하며 이번 대회 남자 높이뛰기 유력 우승 후보로 거론된 우상혁은 예선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2m17, 2m21, 2m25, 2m28을 모두 1차 시기에 뛰어넘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예선을 마친 선수는 우상혁을 포함해 4명 뿐이었다.
우상혁은 19일 열리는 예선에서 한국 육상의 새 역사 창출에 도전한다.
한국 육상 역사상 실외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선수는 남자 경보의 김현섭 뿐이다.
김현섭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경보 20㎞에서 1시간21분17초를 기록, 6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이후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에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가 대거 나오면서 3위까지 올라섰다.
세계육상연맹은 2019년 도하 세계육상선수권 기간 중 뒤늦게 김현섭에게 동메달을 수여했다.
우상혁이 이번 대회에서 시상대에 서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가 된다.
우상혁의 목표는 우승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결전지인 유진으로 떠나면서 "실내에서도 우승했으니 실외에서도 우승하겠단 각오를 다지고 출국하겠다"고 밝혔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우상혁은 한국 육상 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린다.
트랙·필드 종목만 놓고 보면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된다. 한국 트랙·필드 종목 선수의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은 1999년 세비야 대회 남자 높이뛰기에서 이진택이 달성한 6위다.
지난해 여름부터 우상혁이 날아오를 때마다 한국 육상 역사가 새로 쓰여졌다.
우상혁은 지난해 8월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2m35의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4위에 올랐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해 겨울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한 우상혁은 올해 초 유럽으로 이동, 실내 대회에 참가하며 기량을 다졌다.
우상혁은 2월 6일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열린 실내 대회에서 2m36의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에서 열린 실내 대회에서도 2m35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 나선 우상혁은 2m34를 뛰어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최초의 세계실내육상선수권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는 2020 도쿄올림픽 공동 1위에 오른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도 출전했지만, 그는 우상혁에 밀려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세계 정상급 점퍼로 거듭난 우상혁은 5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에서 2m33을 넘어 1위에 올랐다. 다이아몬드리그 메달을 딴 것 또한 우상혁이 한국 선수 최초였다.
무엇보다 도쿄올림픽 동반 금메달의 주인공인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 탬베리를 모두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우상혁이 금메달을 따면 한국 육상 역사만 새로 쓰여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육상에서도 진기록이 써진다.
역대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같은 해에 실내, 실외 세계선수권을 모두 제패한 선수는 하비에르 소토마요르(쿠바) 뿐이다.
소토마요르는 1993년 3월 토론토 세계실내선수권대회에서 2m41을 뛰어넘어 우승했고, 그해 8월 슈투트가르트 실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m40으로 우승했다.
역대 최고 점퍼로 꼽히는 소토마요르는 1989년 부다페스트, 1993년 토론토, 1995년 바르셀로나, 1999년 마에바시 세계실내선수권과 1993년 슈투트가르트, 1997년 아테네 세계실외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섰다. 그가 1993년 7월 작성한 2m45의 세계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한 해에 세계실내육상선수권과 세계실외육상선수권이 함께 열린 것은 1987년, 1991년, 1993년, 1995년, 1997년, 1999년, 2001년, 2003년 등 8번이다. 세계육상연맹은 2004년부터 세계실내육상선수권을 짝수 해에 개최해 홀수 해에 열리는 세계실외육상선수권과 겹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당초 지난해 개최 예정이던 유진 세계실외선수권도 1년 미뤄져 2003년 이후 19년 만에 실내외 세계선수권이 한 해에 열리게 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실내외 세계선수권을 모두 제패한 점퍼는 많지 않다. 소토마요르를 비롯해 4명 뿐이다.
파트리크 셰뵈리(스웨덴)이 1985년 파리 실내 대회와 1987년 로마 실외 대회에서 우승해 첫 사레를 써냈다.
찰스 오스틴(미국)은 1991년 도쿄 실외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6년 뒤인 1997년 파리 실내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섰다.
야로슬라프 리바코프(러시아)도 2006년 모스크바 실내 세계선수권에서, 2009년 베를린 실외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우승했지만, 두 대회 모두 도핑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상혁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현역 최강 점퍼 바심도 실내외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정상에 선 바 있다. 2014년 소포트 실내 세계선수권에서 2m38로 우승한 바심은 실외 세계선수권에서는 2017년 런던(2m35), 2019년 도하(2m37)에서 잇따라 우승했다.
우상혁보다 시즌 출발이 늦었던 바심도 예선에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으며 역시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우상혁이 새 역사를 써내려면 바심을 넘어서야 한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