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이 18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따낸 후 메달과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상혁은 결선에서 2m35를 넘어 한국 육상 높이뛰기 최초로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2m37을 넘은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이 차지해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했다. 2022.07.19.

[김부삼 기자] 기초종목으로 꼽히는 육상과 수영에서 '변방'으로 여겨졌던 한국에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과 황선우(19·강원도청)가 등장하면서 희망을 꽃피우고 있다.
우상혁과 황선우는 나란히 올림픽 다음으로 큰 무대로 여겨지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낭보를 전했다.
지난 6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황선우는 남자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땄다.
한국 경영 선수가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오른 것은 2011년 상하이 대회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금메달 이후 11년 만이다. 자유형 200m로 범위를 좁히면 2007년 멜버른 대회 박태환의 동메달 이후 15년 만의 쾌거다.
한 달 뒤 우상혁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은메달을 수확했다.
이 또한 역사다. 한국 선수가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것은 2011년 대구 대회 남자 경보 20㎞에서 동메달을 딴 김현섭에 이어 우상혁이 두 번째다.
우상혁은 한국 트랙·필드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종전 트랙·필드 선수의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은 1999년 세비야 대회 남자 높이뛰기에서 이진택이 작성한 6위다.
우상혁과 황선우 모두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메달리스트 만큼이나 주목을 받았다.
우상혁은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을 넘어 전체 9위로 결선 무대를 밟았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출전한 것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의 이진택 이후 25년 만의 일이었다.
결선에서는 대형사고를 쳤다.
우상혁은 2m35를 뛰어넘어 1997년 이진택이 세운 종전 한국기록(2m34)을 무려 24년 만에 갈아치웠다.
아쉽게 메달에 닿지 못했지만 4위에 오르며 한국 육상 트랙·필드의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을 써냈다.
황선우도 메달을 따지 못했으나 눈부신 역영을 선보였다.
황선우는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의 한국신기록과 당시 세계주니어신기록을 동시에 작성하며 결승에 안착했다.
자유형 100m에서는 예선에서 47초97의 한국신기록을 작성하며 전체 6위로 준결승에 올랐고, 준결승에서는 47초56의 아시아신기록으로 전체 4위에 올라 결승 무대에 밟았다. 아시아 선수의 올림픽 자유형 100m 결승 진출은 1956년 멜버른 대회 다니 아쓰시 이후 황선우가 65년 만이었다.
1년 동안 우상혁과 황선우는 한 뼘 더 성장했고, 세계선수권에서 나란히 희소식을 전했다.
황선우는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2021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0m 금메달을 수확했다. 황선우의 메이저대회 첫 메달이었다.
이어 6월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롱코스(50m)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47의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은메달을 땄다.
뿐만 아니라 황선우는 남자 계영 400m(3분15초68)와 계영 800m(2회·예선 7분08초49, 결승 7분06초93), 혼성 계영(3분29초35) 영자로 나서 한국기록 경신에 앞장섰다.
올해 2월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열린 실내 대회에서 2m36의 한국기록을 쓴 우상혁은 올해 3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계실내선수권대회에서 2m34를 뛰어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실내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것은 우상혁이 처음이다.
5월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에서 2m33을 기록, 한국 선수 최초의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이어 올림픽 다음으로 큰 무대인 실외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자신의 실외 최고 기록에 타이를 이루며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현역 최강'인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차기 강자의 입지를 다졌다.
한국 육상과 수영은 변방이나 다름없었다. 세계 정상급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한국은 육상 트랙·필드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트랙·필드 종목에선 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대회에서 결선 무대를 밟는 선수도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 수영도 박태환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황선우 등장 이전에 한국 경영이 메이저대회에서 딴 메달은 모두 박태환이 안긴 것이었다. 박태환은 올림픽에서 메달 4개(금 1개·은 3개), 세계선수권에서 메달 3개(금 2개·동 1개)를 땄다.
하지만 우상혁, 황선우의 등장으로 한국 육상과 수영은 세계 정상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됐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들러리'로 그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우상혁과 황선우는 2024년 파리올림픽을 향해 달리면서 서로를 응원한다.
우상혁은 황선우가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딴 후 "황선우가 역영하는 장면을 봤는데 대단하고 멋졌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황선우는 수영에서, 나는 육상에서 함께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황선우도 "우상혁 선수가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 다이아몬드리그 우승 등 좋은 성적을 내 문자 메시지로 축하 인사를 했다"며 "우상혁 선수와 내가 열심히 훈련해 한국 수영과 육상을 빛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