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삼 기자] 비디오 테이프 모양의 실물 음반부터 아트필름까지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얽혔던 그룹 '에프엑스(f(x))'의 정규 2집 '핑크 테이프'(2013)는 민희진 어도어(ADOR, All Doors One Room의 약자) 대표이사의 역작이다.
민 대표의 SM엔터테인먼트 시절을 대표하는 작업물로, 상상만 하던 콘셉트를 구체적인 '비주얼 디렉팅'을 통해 현실화한 대표작이다.
민 대표는 작년 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 당시 "아직도 (핑크테이프) 목-업(mock-up·실물 모형)이 집에 있다"고 했다. 그는 "제가 VHS(video home system) 세대니까, 비디오 테이프를 엄청 보던 세대죠. 그래서 (비디오 테이프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상상하지 못한 스토리가 담겨 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을 연상시키는 음반이었으면 좋겠어서 테이프를 꼭 쓰고 싶은데 f(x)는 '우리 얘기를 담으려면 핑크색이어야 돼'라고 해서 상징적인 핑크색 테이프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대표가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HYBE)로 옮겨 어도어를 설립하고 첫 제작하는 걸그룹 '뉴진스(NewJeans)'에게도 f(x)의 '핑크 테이프' 같은 상징성을 지닌 듯한 물리적 음반이 눈에 띈다.
25일 뉴진스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뉴진스(New Jeans)의 세 가지 버전 예약판매를 시작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뉴 진스 백(New Jeans Bag)' 버전. 멤버들의 사진으로 꾸민 핀업북(PIN-UP BOOK), 포토카드, CD를 원형 가방에 담은 구성이다.
10대 소녀들이 작은 물품을 담아 메고 다니는 가방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소녀의 가방은 우주'라는 말이 있듯 그곳은 단지 물리적 공간을 넘어 10대들의 꿈 그리고 이상을 담고 있는 상상의 영역이기도 하다.
민 대표는 아직 이 가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더하지 않았다. 음원과 음반이 발매된 이후 추가적인 설명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어도어는 "가방은 멤버 전원이 10대인 뉴진스의 통통 튀는 감성과 쿨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디자인돼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했다.
가방에 박힌 체리 모양 등의 디자인은 타이틀곡 '어텐션'과 '하이프 보이'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몽글몽글한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이들 뮤직비디오는 몽환적인 이미지가 주를 이뤘던 '핑크 테이프'의 아트필름과 달리 발랄하고 청량한 서사가 있는 단편 영화 같았다.
이렇게 '민희진 월드'는 반복이 아닌 변주로 진화한다.
이와 함께 나머지 '뉴진스' 음반 버전은 '뉴 진스 블루북(New Jeans Bluebook)'과 위버스(Weverse) 앨범이다.
'뉴진스 지침서' 콘셉트로 제작된 '뉴 진스 블루북'은 멤버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프로미스나인, 방탄소년단 제이홉을 잇는 위버스 앨범은 구매자가 QR 코드를 인식해 애플리케이션에서 음원 전곡과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형태다.
한편, 뉴진스는 다음 달 1일 오후 6시 데뷔 앨범 '뉴진스' 음원과 세 번째 타이틀곡 '쿠키(Cookie'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 이날부터 예약 판매에 들어간 음반은 8일 정식 발매된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