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원 작가(왼쪽), 유인식 PD

[김부삼 기자]
"공론화 해 새로운 기준점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유인식 PD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패러디 논란을 우려했다.
유 PD는 26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ENA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간담회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런 이야기가 편안하지만은 않다. 일상생활이나 유튜브에서 우영우를 따라하는 분들이 '자폐인을 비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한 번쯤 따라해보고 싶을 수 있다.
극중 우영우가 하는 행동은 드라마에서 쌓아온 맥락 위에서 해 이해하면서 볼 수 있지만, 바깥에서는 그 행동이 어느 순간 또 다른 맥락으로 발생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바로 전달되는 세상이다 보니 본인 의도와 다른 맥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심해야 하는 시대다. 몇년 전 받아들이던 감수성도 지금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누군가가 '여기부터 희화화고 여기부터는 패러디'라고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며 "사회적 합의나 시대적 감수성 차원에서 공론화하면서 기준점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박은빈도 처음에 조심스러워했다. 우영우 캐릭터와 연기는 극 밖에서 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했다. 인터뷰 때도 그런 걸 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드는 사람으로서 시청자가 이 드라마를 어떻게 즐기는지에 관해 왈가왈부할 만한 입장은 아니다. 내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이전 드라마에 잘 등장하지 않던 인물을 소재로 만들었고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라서 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의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지혜로운 시청자들이 토론과 공론화를 통해 시대의 기준점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이 드라마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박은빈)가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1회 0.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 치우며 8회 13.1%까지 찍었다. 스카이티브이(skyTV)가 ENA를 재론칭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신생 채널 약점을 딛고 신드롬을 일으켰다. 유튜브, 틱톡 등 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 각종 패러디물이 쏟아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유 PD는 "이렇게 사랑해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아시다시피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방송했다. 처음에는 이 소재가 굉장히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관해 확신이 없었다"며 "음식으로 따지면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다. 입소문을 타서 찾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열화와 같은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 고등학교 은사님이 십몇 년만에 문자가 왔다. 아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봤다며 연락이 와 굉장히 울컥했다.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귀띔했다. "박은빈 아이디어가 가미되지 않은 신이 없을 정도"라며 "나 역시 우영우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보고 연출한다"고 강조했다.

이 드라마는 영화 '증인'(감독 이한·2019)에서 출발했다. 문지원 작가는 증인과 우영우 세계관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 "3년 전 제작사 에이스토리 PD님이 찾아와서 증인을 잘 봤다며 ''지우'(김향기)가 변호사가 되는 게 가능하느냐' '16부작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느냐'고 물었다"며 "기회를 줘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귀띔했다. "뭐 하나 만들면 그 인물이 계속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 생각엔 우영우는 증인을 안 볼 것 같지만, 지우는 우영우를 본방사수하고 재미있게 볼 것 같다. 영우 말투를 복사한 것처럼 따라해도 비난받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이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캐릭터가 성장했다기 보다 지우는 지우대로, 우영우는 우영우대로 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자폐 진단을 받았거나 자폐 가족이 있지는 않다. 스릴러 영화를 구상하다가 '사건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 생각한게 시작이었다. 자폐인이 가진 특성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깨닫고 놀랐다. 독특한 사고방식, 엉뚱함, 강한 윤리의식, 특정한 분야의 해박한 지식, 엄청난 기억력, 시각과 패턴으로 사고하는 방식 등이 자폐 스펙트럼으로 인해 강화된다. 굉장한 호감을 느껴 어두운 스릴러를 기획하다가 톤을 바꿔 증인을 썼다. 이상한은 우영우를 설명하는 단어다. 낯설고 이질적이고 피하고 싶은 부정적 의미도 있지만, 이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우리 사회를 더 낫게 만드는 힘이 있다."

총 16부작으로 절반 가량 방송이 남은 상태다. 7회에서는 법무법인 태산 변호사 '태수미'(진경)가 우영우 친모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흔한 설정을 넣었는데, "제작사에서도 새롭고 신선한 드라마를 해야 하는데 '클리셰 장치를 가져오는 게 괜찮느냐'고 우려했다"며 "내가 원래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서 드라마 문법에 익숙하지 않다. 새롭게 해석된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문법, 장치 등을 하나하나 생각하지 않고 내가 풀수 있는 대로 풀었다"고 털어놨다.

우영우는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5위까지 오르며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CNN비즈니스는 우영우 신드롬을 보도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젊은 여성 변호사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라며 "넷플릭스에서 또 한 번 한국 드라마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징어 게임'와 다른 성공을 거둘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시즌제를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지만, 아직 시즌2는 구체화된 게 없는 상태다.

유 PD는 "(해외 인기는) 상상한 적이 없다. 나도 신기하다. 전편을 동시 공개하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아니라, 우리나라 스케줄대로 올라오는 드라마가 생중계 되는 느낌인데, 해외 시청자들이 좋아해주는 부분이 신기하고 감사하다"면서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한가?' '동시대 사람들이 비슷한 갈등·고민을 하고 있는건가?'라는 생각도 한다. 오징어 게임처럼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문 작가는 "작가가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대사가 많다. 한국어 말맛을 살려야 하는 대사와 법정 용어도 많아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면서도 "굳이 이유를 찾자면 재미있어서다. 창작자로서 사람들이 재밌어서 보는 게 얼마나 이루기 힘든 기적이라는 걸 알기에 이런 반응이 뿌듯하다"고 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