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삼 기자] "우리에게 닥친 재난을 돌파해서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그 재난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그 강한 마음이 아닐까요."

배우 송강호(55)는 새 영화 '비상선언'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형사 '인호'를 연기했다. 인호는 인천공항에서 하와이 호놀롤루로 가는 비행기에 테러 용의자가 탔다는 제보를 받아 가장 먼저 이 사건에 뛰어든다. 그리고 실제로 기내에서 테러가 발생하자 지상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게 된다. 물론 인호가 공무원으로서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휴가를 떠난 아내가 그 비행기에 타고 있다. 그는 아내를, 그리고 아내와 같은 비행기에 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비상선언' 개봉을 앞두고 만난 송강호는 "관객이 이 작품을 보고 희망을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비상선언'은 비행기 테러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이 납치와 폭발을 담는 것과 달리 바이러스 테러가 소재다. 한 남성이 비행기에 탄 모든 승객을 살해할 목적으로 기내에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게 기본 설정이다. 이 작품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제작돼 촬영에 들어갔는데, 공교롭게도 지난 2년여 간 이어진 코로나 사태를 떠올릴 만한 대목이 곳곳에 있다. 송강호는 "정말 원치 않는 팬데믹 상황으로 모든 분이 참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며 "이 작품을 통해서 희망을 발견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비상선언'이 우리가 흔히 재난이라고 부르는 상황에 국한한 작품은 아니라고 했다. 살다보면 누구나 예상하지 못한 갖가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방법으로 이겨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는 얘기였다. "그 어려움 속에 있을 때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이 영화가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출연을 결정했던 겁니다."

송강호에게 이번 영화는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작품이다. 우선 한재림 감독. 한 감독과는 이번이 세 번째 합작이었다. 2005년 '우아한 세계'로 처음 작업했고, 2013년 '관상'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배우 전도연과는 2007년 '밀양'에서 함께했다. 전도연은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송강호는 올해 같은 영화제에서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이병헌과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서, 임시완과는 '변호인'(2013)에서 합을 맞췄다.

그는 한 감독에 대해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다"면서도 "나보다 8살이 적은 그가 보여주는 열정과 뚝심은 언제나 놀랍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습은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해서는 "다같이 혼신의 힘을 쏟아서 이 영화를 완성했다. 이렇게 앙상블을 이룰 수 있게 돼 정말 반갑고 행복하고 흥분되고 좋았다"고 했다.

'비상선언'은 제작비 30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다음 달 3일 여름방학 최고 성수기에 관객을 만나는만큼 흥행에 대한 기대 역시 높다. 송강호 역시 스코어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는 않은지 "이런 말 하는 게 참 민망하다"면서 "두 번 보면 더 좋은 영화"라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한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때는 그만큼 책임감도 큽니다. 이건 흥행을 하고 못 하고의 문제와는 또 다르죠. 어찌됐든 한 작품에 복무하고 헌신하는 배우의 모습은 늘 한결 같아야 해요. 관객 분들이 그런 점을 좋게 봐주면 그만큼 행복한 건 없을 겁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