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삼 기자] 경찰이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과 관련해 "개정 검찰청법의 한계를 넘는 행정입법은 위헌·위법으로 무효"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찰청의 검토의견서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날 국회에 검토의견을 제출해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는 행정입법은 위헌·위법으로 무효이며 행정입법은 위임입법의 기준과 한계를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최근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응해 검찰의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과 시행규칙 폐지안을 입법예고했다.
검토의견에 따르면 경찰청은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를 구현하고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을 넘어 행정부가 의회의 입법권을 우회하며, 사실상 시행령으로 새로운 입법 취지를 설정해 시행한다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며 "국가 권력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해 국민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경찰청은 모법인 검찰청법의 취지에 반하는 위임명령은 무효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청법을 개정한 이유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서 4개 범죄(▲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를 제외한다는 것인데, 이번 규정 개정안은 기존에 공직자 범죄와 선거범죄로 분류됐던 범죄를 '부패범죄'로, 방위사업범죄를 '경제범죄'로 재분류했으며 이는 검찰청법의 취지에 반해 무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경찰청은 "검찰의 수사개시 확대에 포함된 '사법질서 저해범죄', '검사에 고발·수사의뢰 범죄'는 법률 체계에 비춰 어떤 범죄일지 예측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확하지 않은 규정은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대해 폭넓은 해석을 가능하게 해 논란을 야기하고, 이에 따라 수사의 위법성에 대한 수사·재판 단계의 다툼으로 이어져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조문별로 살펴보면 먼저 부패·경제범죄를 재분류한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시행령을 통해 법에서 폐지한 대부분의 범죄를 2대 범죄에 포함시켜 검사의 수사개시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하는 것으로 위헌·위법하다"고 밝혔다.
검사 수사개시 범위로 포함된 '사법질서 저해범죄', '검사에 고발·수사의뢰 범죄'와 관련해서는 "'사법질서 저해범죄'는 국가적 법익에 관한 범죄임으로 법률에 규정된 부패·경제범죄와 같은 종류의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검사에 고발·수사의뢰 범죄'는 그 자체로 범죄범위가 특정되지 않아 검사의 수사개시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번 개정안에서 검찰의 수사가 허용되는 '직접관련성'을 가진 사건의 개념을 '범인, 범죄사실, 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경우'로 구체화했는데, 이에 대해 경찰청은 "직접관련성을 합리적인 근거 없이 광범위하게 확장해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제한한 검찰청법 제4조 등과 충돌한다"고 비판했다.
시행규칙 폐지안에 대해서는 "법무부령으로 대통령령에서 정한 중요범죄의 기준을 정했는데, 이를 폐지하는 것은 검찰청법의 입법취지를 형해화(형식만 있고 가치나 의미가 없어짐)해 위법하다"며 "시행규칙을 폐지할 경우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위임한 '중요범죄'의 구체적 범위를 시행령에서 규율함으로써 행정입법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