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정재형 기자] 쌍방울그룹의 횡령 등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업체의 대표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현재 쌍방울그룹의 횡령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구속된 인물이 운영하는 업체도 쌍방울그룹의 수상한 자금거래 의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2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22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A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A씨는 약 600만원 상당의 필로폰 10g를 매수해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를 구속상태에서 조사한 뒤 조만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그런데 A씨는 쌍방울그룹을 둘러싼 횡령 및 시세조종 의혹에 관한 수사대상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건네받은 쌍방울그룹의 자금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2020년 4월 45억원 상당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조기상환된 전환사채는 지난해 6월 5명에게 매각됐다. 이들은 매수 직후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45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 쌍방울그룹의 경영진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검찰은 쌍방울그룹과 그 계열사들이 지난 5년간 발행한 전환사채 등 다른 자금거래 내역까지 수사하고 있다. 수사대상에는 A씨가 대표로 있는 B업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B업체는 2019년 10월2일 쌍방울그룹이 발행한 전환사채 100억원 중 50억원을 인수했다. 당시 쌍방울그룹은 회사 운영자금(20억원)과 다른 회사의 주식취득(80억원)을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쌍방울그룹은 전환사채로 확보한 자금 중 80억원을 최대주주인 광림의 유상증자를 위해 쓴 것으로 보인다. 광림은 쌍방울그룹을 제3자로 배정한 유상증자를 실시해 마련한 돈으로 당시 남영비비안(현 비비안·쌍방울그룹 계열사) 인수에 함께 뛰어들었다.
문제는 B업체가 50억원을 들여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것이 회사를 설립한 지 3개월 만의 일이라는 점이다.
호텔 및 부동산자문업을 위해 설립된 B업체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건물에 주소지를 두고 있지만, 현재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업체가 입주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쌍방울그룹이 회사인수 등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실상 '유령회사'인 B업체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특히 B업체의 관리본부장 출신인 C씨는 쌍방울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디모아의 사내이사 후보로 거론됐으나 철회됐다. C씨는 광림의 법무팀에 소속된 이력이 있으며, B업체가 설립된 2019년 7월부터 본부장으로 근무했다.
일각에선 B업체 대표인 A씨가 쌍방울그룹의 김모 전 회장과 연결고리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전북 지역의 폭력조직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검찰은 해외로 달아난 김 전 회장에 대해 적색수배 및 여권 무효화를 요청한 상태다.
다만 이번에 적발된 A씨의 마약 혐의는 검찰이 수사 중인 쌍방울그룹의 사건과는 관련성이 없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조폭 출신은 아니다"라며 "다른 수사를 하던 중 검거했는데 쌍방울그룹 사건의 수사를 받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수원/정재형 기자 jjk112233@naver.com 수원/유미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