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가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완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제공) 2022.08.31.

[김부삼 기자] "드디어 우리도 한국과학문명사의 전모를 알려주는 총서를 갖게 됐다."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30권을 완간한 신동원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장은 "동아시아 과학사를 다룬 세 번째 책이며 12년 만에 이뤄낸 쾌거"라고 자부심을 보였다.
31일 서울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신 소장은 "총서 30권은 첫걸음"이라며 "한국 과학 문명의 참모습을 세계에 알리는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과학 발전 과정을 바라보면 고려 시대의 대장경 작업부터 각종 문화 사업에 있어서 한국의 과학 문명 발전이 비슷한 양상을 보여왔다"며 이는 최고 문명에 빠르게 발현하는 한국인의 기질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리에는 전용훈 한국학중앙연구원, 문만용 전북대 교수 등 총서를 함께 쓴 집필진과 함께했다.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는 총 150억에 가까운 연구비가 투입된 대형 총서 프로젝트였다. 전북대학교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으로 총서 발간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5년 첫 책을 출간했고 30권을 끝으로 올해 작업이 마무리됐다. 집필진으로는 60명의 연구원과 교수가 참여했다.
이번 총서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관통해 과학기술 전 분야의 성취를 포함해 과학이 실제 생활에 미친 영향까지 담아냈다. 전근대(전통)와 근현대 두 부문으로 나눠 한국의 천문학사, 금속문명사, 현대의료사 등 전방위에 걸쳐 한국의 과학 발전사를 기록했다.
총서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조지프 니덤(1900~1995)이 시작한 세계적 명저인 '중국의 과학과 문명' 시리즈와 같은 한국만의 총서를 목표로 했지만 차별화도 꾀했다.
총서 11권인 '한국 천문학사'를 집필한 전용훈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전통 부문의 필자로서 민족주의적인 관점으로 왜곡해 역사를 바라보지 말자, 한국 문명이 중국만큼 위대하다거나 세계 어느 문명만큼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집필한 '천문학사'를 예로 들며 "3000년 이상 독립된 역사문화 공동체로 존재해온 나라와 민족이 전 세계에 몇 개 없다"며 "그 3000년의 역사 속에서 천문학이 어떤 역할을 했고 과학기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신 소장은 이에 대해 "니덤의 총서를 발판으로 했지만 이를 능가했다"며 "한국 과학 문명의 가치를 세계에 바로 알릴 총서"라고 덧붙였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 저서의 필요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전 연구원은 "과학책이 어려운 건 맞지만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문과와 이과를 구분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열역학을 모르는 것에 걔의치 않아 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현대 사회는 과학 기술을 무시하며 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문판 출간을 마친 연구소는 이제 한국 과학사를 국제화를 추진한다. 총 7권의 영문판을 계획,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와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다. 해당 출판사에서 비서구권 인문·과학 총서가 출판된 것은 '중국의 과학과 문명'에 이어 두 번째다. 또 중국과학기술출판사와도 두 권의 번역 출판을 위한 판권 계약을 체결했고, 케임브리지대학출판사와 추가로 5권의 후속 영문판 출간에 대해 전폭적인 후원을 약속한 상황이라고 연구소 측은 전했다.
신 소장은 "영문판은 단순 번역이 아닌 별개의 작업을 거쳐 집필 중"이라며 "이 밖에도 과학기술사 등 후속 타이틀과 현대 한국 과학문명 총서를 더 큰 규모로 출간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연구진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특히, 케임브리지 대학의 크리스토퍼 컬른 니덤연구소 전 소장은 영상을 통해 축사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는 "이번 총서를 통해 한국인들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있어 중요한 측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고유한 자료를 얻게 됐다"며 "사업단이 그 노력의 이익을 한국 외의 국가들과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세계에도 행운"이라고 평가했다.
장하석 케임브리지지대 석좌교수도 영상을 통해 "이 총서 프로젝트의 야심에 놀라기도 했고 같은 한국인 입장에서 자랑스럽기도 하다"며 총서 발간을 축하했다.
연구소는 향후 국제화 외에도 대중화를 위해 총서 내용을 바탕으로 온라인 강의 코스 개발과 청소년용 교재 제작 등에 힘쓸 예정이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