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9.02

[유한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첫 지역 행보로 민주당의 심장인 광주를 택했지만 검찰 소환 조사 등 그간 제기된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이 대표의 민생행보에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광주에서 지난 1일에는 지지자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갖고 2일에는 취임 뒤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시장을 방문하는 등 1박2일 일정을 소화했다.
대체로 민주당 지도부는 취임 뒤엔 가장 먼저 광주로 향해왔지만 이번 지도부는 더욱 광주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배 후 처음 꾸려지는 지도부인데다가 지방선거에서 광주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며 실망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뿐 아니라 박홍근 원내대표와 박찬대 최고위원 등이 광주 군공항 이전 등 지역의 숙원사업을 언급하며 광주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에는 광주 양동시장을 찾아 '지역화폐 예산 확보', '서민지원 예산 복구' 등을 거론하며 '민생 집중' 기조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런 취지는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소환 조사 통보에 대한 대응에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아주 오랜 시간을 경찰과 검찰을 총동원해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국민께서 맡긴 권력을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들고 민생을 챙기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써야 한다"며 "이렇게 먼지털이하듯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것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의 메시지도 이 대표를 비호하는 데 집중됐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치검찰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호위무사를 동원해 제1야당의 당대표를 소환하겠다는 것을 정기국회 첫날 발표했다. 직을 맡은 지 불과 나흘만이었다"며 "정치보복을 위한 검찰공화국에 몰두하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민생은 뒷전이고 전 정부와 야당 표적수사만 한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불과 몇달 전 자신과 경쟁한 대선 후보를 선거법으로 기소하려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앞두고 있다"며 "대장동 몸통, 특혜 운운하며 먼지털이 수사를 계속 하더니 몸통의 꼬리도 잡지 못했다. 수없이 털었던 먼지도 안 나오니 결국 선거법으로 기소하는 야비한 정치보복이자 야당탄압을 자행한다"고 지적했다.
'비명'계로 꼽히는 고민정 최고위원도 "이 대표 소환 날짜가 6일로 발표됐는데 그 날은 김건희 여사 논문의 표절 여부 결과 발표가 예고된 날도 역시 6일"이라며 "하필 왜 같은 날인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호남 출신임을 앞세우며 이 대표와 각을 세웠던 송갑석 의원도 "김진표 국회의장은 행정부와 대통령에게 국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당부했다. 거기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은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출석 요구"라며 "호남은 전통적으로 우리 동지와 지도자에 대한 탄압에 맞서 싸워왔다. 부당한 탄압을 좌시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맞서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의 소환 통보 등에 의해 오히려 광주를 포함한 당내 결집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무리한 정치 탄압으로 인해 오히려 당내에서는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지금 어떻게 보면 신 공안정국 모드이다. 당원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다들 격앙돼 난리다"라고 말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또다른 의원도 "범죄나 비리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말 한 마디에 수사를 하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와 전당대회 기간 좋지 않았던 호남의 민심이 결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