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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위원장 직 수락 의사를 밝히고 "지금 비대위원장을 독배라고들 한다"며 "저는 독배라서 더 이상 피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집권여당의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전날까지 자신의 하마평을 일축했으나 유력 후보였던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과 박주선 전 의원 등이 막판에 연이어 고사하면서 최종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저 말고도 좋은 분들이 많기에 기회를 새로운 분들에게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가졌다"며 "저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이니 하는 표현을 들었다. 그런 갈등과 분열이 노정된 상황에서 제가 나서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한 자문을 수없이 했고 그런 맥락에서 고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최다선(5선)으로 윤핵관 맏형 격인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의 부친의 고향인 충남 공주는 정 부의장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정 위원장은 이명박(MB)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아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가교 역할을 하며 정권 재창출에 기여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사이 갈등을 조율하며 '정무의 달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같은 정치적 중량감을 바탕으로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당내 혼란을 조기 정리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정 위원장은 본인이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던 만큼 관리형으로 운영될 비대위를 이끄는 데 부담이 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당의 교감이 있었고 최종 물망에 올랐던 박 전 의원에 대한 당내 반대 여론이 일면서 정 위원장이 최종 결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답정정, 답은 정진석으로 정해져있었다"면서 "당에 전혀 기반이 없는 박 전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되는 건 말이 안 된다. 정권 초기니까 친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잘 해보라는 식으로 추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이 친윤(親尹)이기는 하지만 자기 세계가 있다. (용산에서) 시키는 대로 할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과의 소통을 기대 받고 있는 정 위원장은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당 안정에 집중을 두는 관리형 비대위로 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준석 전 대표와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던 만큼 당내 갈등이 더욱 격화할 거란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이 전 대표가 '윤핵관 호소인'이라는 낙인까지 찍어가며 공개 비난을 해 왔던 만큼 이 전 대표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정 위원장이 (이 전 대표와)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인데 비상 상황이라고 당을 이끄는 게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정 위원장이 (이 전 대표와) 강대강으로 치닫게 될 경우 한 치 앞을 장담하기 어려운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도 "박 전 의원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 등으로 당원들 사이에서 거부감이 심했다"며 "정진석 비대위가 지금 상태에서는 최선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8일 전국위원회에서 정 부의장에 대한 임명 절차를 밟고 새 비대위를 출범할 계획이지만 이 전 대표의 '가처분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세 차례 가처분 신청에 이어 새 비대위에 대한 추가 가처분도 예고한 상태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 전 대표가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계속되는 분열상과 갈등상을 이어가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요청드리고 싶다"며 "아직 (만날 계획은) 잡혀있지 않지만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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