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앞에서 금융노조 9.16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9.14.

[김부삼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예고한 대로 16일 하루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일부 국책은행의 참여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주축인 시중은행의 참여율이 낮아 은행 업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하루 동안 전면파업을 단행할 예정이다.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 집결해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용산 삼각지까지 행진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임금인상률 요구안을 보면 노측은 기존 6.1%에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5.2%로 낮춰 제시했다. 사측은 파업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을 달아 기존 1.4%를 2.4%로 높이고 실무자 간 추가적인 논의를 제안했다.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노측은 임금삭감 없는 주 4.5일(36시간)제를 한정된 직원에 한해 1년간 시범 실시하되 구체적인 사항은 지부 노사가 정하자고 내걸었다. 사측은 수용 거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금융노조는 10만 조합원의 적극적인 연대를 지속적으로 당부해왔다. 하지만 주축이 되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상 참여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노조 업무를 하는 집행부 60~70명만 참석할 예정이다. 일반 행원들은 불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농협은행도 파업 참여 규모를 150명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가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자율이기 때문에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과 신한, 하나은행 역시 영업점당 대표 노조원 1~2명씩 참여하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장인 입장에서 월급이 늘수록 좋겠지만 기본적인 연봉 수준이 높은 게 사실이고, 지금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론의 비난을 외면하기 어렵다"며 "자율 참여라고는 해도 눈치가 보이고 안심전환대출 신청도 겹쳐, 노조 집행부 외에 일반 행원들은 대부분 참석하지 않고 업무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책은행을 포함한 금융공기업들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지방 이전 문제 외에도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안은 정원 감축, 경비·업무추진비 예산 삭감, 불필요 자산 매각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부산 이전으로 노사가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경우 파업 참여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 노조 등에 따르면 약 2200명의 조합원 가운데 대부분이 이번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가 파악되진 않고 있지만 직원들의 참여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파업 참여로 대고객 업무 등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를 했으며,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산은 외 타 국책은행들도 시중은행들에 비해 참여율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참여율이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고 있지만 노조 간부 외 일반 직원들도 상당수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현재 본부 차원에서 업무지속계획(BCP)에 따라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도 "영업점 별로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이나 파업 참여율이 높은 지점이더라도 업무에 공백은 없을 것"이라며 "본사 차원에서 인력을 파견하는 등 여러 상황에 대비해 놓은 상태로, 휴점을 하거나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의 경우 지방 이전 문제가 가장 크고,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타 국책은행들의 경우에도 공공기관 혁신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따라서 시중은행과 달리 국책은행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금융당국은 금융노조 총 파업과 관련해 "노사 간 대화를 통해 입장차이가 원만히 조율되기를 바란다"며 "실제 파업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와 기업 등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기관별 비상대응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당국은 파업 대응 컨트롤타워로 금감원 내 '종합상황본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파업 진행추이에 맞춰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다. 파업 당일 은행 본점 및 전산센터 등에 검사인력을 파견해 전산 가동여부 등을 지속 점검토록 하는 등 현장상황에 신속 대응할 예정이다.
현장인력은 파업 참여인원과 해당 인원의 근무지 무단이탈 여부 등 근태관리의 적정성, 금융소비자 불편사항 등 민원접수 사례, 대체인력 투입현황을 비롯한 BCP 가동현황 등을 중점 점검한다. 유관기관과의 비상연락망도 가동해 필요시 기관 간 신속한 협조를 통해 국민 금융활동에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은 정부가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개시한 지 둘째 날이다. 업계에서는 일반 행원들의 파업 참여율이 낮아 업무에 발생하는 차질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파업 현장에 참여하는 인원은 영업점당 대표로 나가는 노조원 1명씩 정도"라며 "안심전환대출 상담 문의와 신청 등 은행 업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첫날(15일) 상황을 보면 비대면 온라인 신청 서비스가 활발히 이뤄졌고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부산, 광주 등 지방 소재 영업점들도 방문한 고객 중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면서 "주택가격 기준 제한과 출생년도 5부제 시행으로 이날도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