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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박정운은 전날 오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최근 간경화와 당뇨 등으로 인해 몸 상태가 악화됐던 고인은 최근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박정운은 홀로 귀국해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다녔다. 재학 중이던 1987년 당대 싱어송라이터 배출 통로로 통한 MBC '강변가요제'에 출전했다.
시원한 고음의 샤우팅 창법이 인상적이었던 박정운은 1989년 1집 '후, 미(WHO, ME)?'로 데뷔했다. 이 앨범은 주목 받지 못했으나 같은 해 가수 장필순, 오석준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오장박'의 '내일이 찾아오면'을 통해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오늘 같은 밤이면'을 비롯해 '먼 훗날에' 등의 히트곡을 냈다. 자신의 히트곡을 직접 작사·작곡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도 인정받았다. 짧은 머리에 선글라스가 그의 상징이었다. MBC '10대 가수 가요제' 10대 가수상(1992), KBS '가요대상' 올해의 가수상(1992·1993·1995) 등 1990년대 중반까지 권위 있는 가요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사랑일 뿐야' '입영열차 안에서'의 김민우,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슬픈 바다'의 조정현, '너를 처음 만난 그때'의 박준하 등과 함께 1990년대초 대중음악계 발라드붐을 주도한 '발라드 1세대'로 통한다. 이들은 2001년 '회귀'라는 타이틀로 합동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박정운은 이듬해 정규 7집 '생 큐(Thank you)'를 발매한 뒤에는 가수 활동을 하지 않았다. 2017년 2월 KBS 2TV '불후의 명곡'이 '박정운과 김민우 편'을 내보내기도 했다.
2010년대 중후반엔 안타깝게 불미스런 일에 휘말렸다. 2700억 원대 가상화폐 사기에 연루돼 이듬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박정운은 주변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약 3년 전부터는 30년 지기인 절친 박준하와 신곡 작업을 하며, 복귀를 준비해왔다.
박준하는 이날 "처음엔 둘이서 듀엣을 결성해 싱글을 내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이후 1년 가까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우리가 기획·제작을 하고 젊은 친구들이 노래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박준하에 따르면, 박정운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등 건강이 더 악화되자 2년 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당시 심한 당뇨와 함께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간이 50%가량은 망가져 있던 상태"라고 했다. 이후 박정운은 정기적으로 한달에 한 두번씩 병원에 입원 등을 해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다 박정운은 올해 추석 전 본격적인 수술을 위한 입원을 결정했고, 입원 전에 그는 자신이 예전에 녹음한 미발표곡을 박준하에게 들려줬다.
박준하는 "박정운이 '이렇게 맑게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하더라. 그래서 해당곡을 젊은 층이 새로 편곡을 해서 전혀 다른 스타일로 부른 버전 하나와 우리 세대의 옛날 느낌을 낼 수 있는 보컬을 찾아서 녹음한 버전, 이 두 가지 버전으로 내면 어떻겠냐고 내가 제안을 했고 박정운이 좋은 생각이라며 '고맙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준하는 "퇴원을 하면 선물처럼 줄 테니 치료를 잘 받으라고 했는데 안타깝다"면서 "이번에 들려준 노래는 예전에 강남 녹음실에 노래 녹음 당시 날 데려 갔을 때 불렀던 노래이기도 했다. 이 곡을 잘 작업하고 싶다. 박정운의 유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족으로는 미국에 거주 중인 아내와 딸이 있다. 유족들은 이날 밤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 빈소는 조만간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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