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29.

[김부삼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대법관 후보인 오석준 후보자 임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임명을 위해선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여전히 야당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관 공백이 가시화되면서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재판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지난달 29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이날로 23일째지만 오 후보자의 임명 표결이 진행되지 못했다.
오 후보자 임명이 지연되면서 대법원 재판 지연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형 전 대법관이 최근 퇴임한 후에도 여야 대치가 이어지면서 대법관 공백이 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대법관은 퇴임 직전까지 많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김 전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던 사건은 지난 1일 기준 약 330건이 처리되지 못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쓰비시 상표권 특별현금화명령과 같은 항고 사건 등도 800여건이 남았다고 한다.
대법원이 한해 심리하는 본안 사건은 4만6000건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도 대법관 1명당 1년에 4000건을 주심을 맡아 처리해야 한다.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하면 수백건의 사건이 적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법원 선고의 핵심인 전원합의체 운영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대법원은 오는 22일 예정된 전원합의체는 선고는 하지 않고 심리만 하기로 했다.
전원합의체에 부쳐지는 사건은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거나 소부에서 다루기 부적절하다고 인정된 사건들이다. 판례 변경 등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선고는 중요성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소되고, 추석 명절을 전후로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 임명 추진으로 여야가 강 대 강 대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오 후보자 임명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은 오 후보자가 서울행정법원에서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한 판결이 부적절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노사협약에 따른 판단으로 비판하기만 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또 민주당은 오 후보자와 윤 대통령이 친분이 있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오 후보자 측은 업무에 영향을 줄 정도의 친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친분에 대해 거짓 해명을 했다거나 친분으로 취임식에 초대받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도 반박했다.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고 강도가 세질수록 국회가 오 후보자 임명 동의에 합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국회 파행으로 인한 대법관 공백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은 이상훈·박병대 전 대법관이 순차적으로 퇴임한 후로부터 최장 140일이 지나서야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2015년 박상옥 전 대법관도 78일 후에 대법관 공백을 메웠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