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홀에서 공연하는 국립국악원 종묘제례악. (사진=국립국악원/Daniel Dittus 제공)

[김부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닫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공연계의 해외투어도 활발하게 재개되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지난달 클래식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종묘제례악' 전장 순회공연을 마쳤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최근 유럽 3개국 투어를 다녀왔고,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올해 임기를 마무리하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과 첫 유럽 투어를 앞두고 있다.

◆국립국악원, '종묘제례악' 독일 순회공연…국립무용단, 핀란드서 '회오리' 첫선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홀. 2100석 전석 매진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종묘제례악 공연이 끝난 후 20분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날 공연 전 종묘제례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된 특강에도 700명이 참가했다.
순회공연 첫 무대였던 지난달 12일 베를린 필하모니홀 대극장도 1700여명의 관객들로 붐볐다. 뮌헨 프린츠레겐트 극장 공연은 한국 전통공연 역사상 최초로 바이에른 TV방송 정규 뉴스에 보도됐다. 현지에선 "낯설지만 특별한 음악적 색채에 빠져들게 한다", "연주자들의 등장부터 압도적"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국립국악원은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쾰른 등 독일 4개 도시를 찾아 600년 역사의 종묘제례악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엔 연주자와 무용단, 제작진 등 총 80여명이 참여했다.
한-독 문화협정 체결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립국악원과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한국문화원이 2년간 준비한 공연이다. 특히 베를린, 뮌헨 등은 독일 주요 음악제 초청으로 공연이 성사됐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서양음악의 심장부에서 종묘제례악 공연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독일인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해 고무적"이라며 "전통문화 한류 확장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무용단도 코로나 이후 3년 만의 첫 해외공연으로 빗장이 풀렸다.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협업한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회오리'로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핀란드 헬싱키 댄스 하우스를 찾았다. '회오리'가 핀란드에서 공연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헬싱키 댄스 하우스는 지난 2월 개관한 핀란드 최초 전문 무용 공연장이다.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에르코홀에 선 '회오리'는 3회 공연 모두 매진을 기록했고, 2000여명의 핀란드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테로 사리넨은 "한국과 핀란드의 아름다운 악수"라며 "2014년 초연 후 8년간 쌓은 예술적 교류의 성과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국문화축제 일환으로 오는 11월 미국 케네디센터에서 워싱턴발레단과 합동 공연한다.

◆3년만 해외투어 나서는 서울시향, 유럽 3개국 방문…국립심포니도 유럽공연 성료
런던심포니, 빈 필하모닉 등 해외 오케스트라들이 내한하는 가운데, 국내 오케스트라들도 잇따라 해외 공연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7일부터 29일까지 13일간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3개국 4개 도시의 순회공연을 떠난다. 2019년 러시아 순회공연 이후 3년 만이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홀인 빈 무지크페라인 대극장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상주홀인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대극장 등에 오른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취임해 올해 3년째를 맞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과 함께하는 첫 해외투어다.
벤스케 감독은 "유럽의 유서 깊은 공연장에서 연주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번 투어에서 유럽 현지 관객들에게 서울시향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인 벤스케 감독은 시벨리우스의 첫 번째 교향곡을 비롯해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 등을 들려준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대음악 작곡가인 진은숙의 '권두곡'과 신동훈의 '카프카의 꿈'도 연주한다. 빈과 잘츠부르크 공연에선 첼리스트 니콜라스 알트슈태트, 암스테르담과 런던 공연에선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자로 나선다.
지난달엔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경기시나위 오케스트라도 유럽 투어를 마쳤다. 두 단체 모두 이름을 바꾼 후 이뤄진 첫 해외공연이다.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유럽 3개국을 투어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헝가리 국립오페라 에르켈 극장,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등을 찾아 4000여명의 관객을 만났다.
한국 전통음악 산조를 오케스트라로 재해석한 김택수의 '더부산조'를 유럽 초연했고, 한글의 말맛을 살린 한국 가곡 무대 등을 선보여 새롭고 이색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정치용이 지휘했고 소프라노 임선혜와 테너 김재형, 베이스 박종민이 협연했다.
국립심포니 관계자는 "빈뿐만 아니라 클래식 수요가 많지 않은 스웨덴까지 만석을 채웠고, K-컬처에 대한 높은 관심과 기대감을 크게 체감했다"며 "코로나로 미뤄졌던 공연이 재개되고, K-컬처에 대한 관심으로 초청이 활발해지는 등 해외 투어 기회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지닌 경기시나위 오케스트라도 지난달 9일부터 23일까지 폴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체코 등 유럽 5개국을 투어했다. 바르샤바 크로스컬쳐 축제, 헝가리 리스트 음악원 등을 방문해 '대취타 역', '거문고산조' 등 한국적 선율을 선사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