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12일 오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2022.10.12.

[김부삼 기자]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며 대출자들의 비명이 커지자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늘어나는 이자부담에 가계와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높아지면서 선제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두 번째 '빅스텝'(한 번에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연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10월(3.0%) 이후 10년 만이다.
기준금리가 오르자 시중금리도 또 다시 오르고 있다.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4.89~7.176%로 7%대를 넘어섰다. 변동금리도 4.40~6.848%로 7%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지난 8월25일 이후 약 두 달간 금리 상단이 1%포인트가량 오른 점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8% 돌파도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금리에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한은은 빅스텝 단행으로 가구당 평균 이자 부담이 연간 약 5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한은은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2.5%포인트 올렸는데, 차주 1인당 연간 이자부담 규모는 인상 전과 비교해 약 165만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가계 뿐 아니라 기업들의 이자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4.65%로 가계 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4.34%)를 앞질렀다. 그간 은행들이 가계대출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며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았는데, 이러한 추세가 역전된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부채 잔액은 금리 상승 여파로 감소한 가계부채와 달리 급증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의 '2022년 9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155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월 대비 9조4000원 증가한 것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 6월 이후 9월 기준으로 가장 큰 증가폭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3조9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이 1조1000억원, 중소기업이 2조8000억원 늘어나 금리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가계와 기업이 이자부담 급증 등으로 부실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도 이자 부담에 따른 추가적인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은이 빅스텝을 밟은 다음날인 13일 "위기는 과장돼도 안 되고 방치돼서도 안 된다"며 "늘 알맞은 파악과 관리가 필요하고 정부가 실물경제를 탄탄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나 가계가 부실화되거나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적절한 신용정책을 잘 만들어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모두 38만1000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 가운데 3.2%를 차지했다. 또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기준금리가 3%로 인상될 경우 한계 소상공인은 124만2751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99.6%는 고금리 리스크 대응방안이 전혀 없거나 불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부담 경감, 가계 주거비 부담완화 등을 골자로 한 '125조원 +α 금융부문 민생안정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필요시 추가방안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어려움 해소를 위한 '종합금융지원방안'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조속히 마련·추진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올해 자금공급규모도 당초 계획인 200조원에서 10조원 이상 추가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2020년 4월부터 시행 중인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재연장했고, 상환이 어려운 취약 차주들은 최대 30조원 규모의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으로 흡수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에 가중되는 경영·재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변동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낮춘 6조원 규모의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출발기금과 대환대출, 안심전환대출 등 이달부터 시행된 새로운 방안들을 포함한 지원 방안들을 종합적으로 점검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손실흡수능력 제고와 유동성 확보 등 대응방안을 재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통화긴축 가속화에 따라 대출금리가 지속 상승해 금융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내외 리스크요인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