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은 19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에 불편함을 내비친 상황에 주목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골드버그 대사는 앞서 전날 취임 100일 기념 관훈토론회에서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께서 이미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대한 의지를 말하면서 이 문제를 다룬 것으로 안다"며 선을 그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어 "전술핵이든 아니든, 위협을 증가시키는 핵무기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긴장을 늦추기 위해 핵무기를 제거할 필요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확장 억제와 관련 핵전력을 포함한 모든 부문에 있어서 미국이 가진 것을 동원하고 있다. 확장 억제에 대한 우리 의지는 그 누구도 의심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정 위원장은 전날 오후 늦게 페이스북에 "미국이 대한민국에 약속하는 '확장 억지'를 의심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정 위원장은 "괌 공군기지가 북한 전술핵 공격을 받는다면 미국이 평양을 향해 핵 보복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면서도 "북한이 부산항을 전술핵으로 파괴했을 때 미국이 과연 핵 보복에 나설 것인가. 이슬비가 내리는데도 미국이 친절하게 우리에게 우산을 펼쳐주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북한이 소형화·경량화한 전술핵을 순항미사일에 싣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북한 핵에 대한 대응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며 "미국이 약속하는 확장 억지가 한국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수준까지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도 당 안팎에서 핵우산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져 나왔다.
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실효적이고 신뢰적인 방안이 그려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전술핵 재배치 표현을 쓴 적은 없다. NPT 탈퇴가 어렵기 때문에 체제를 준수하면서 확장억제 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한미 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북한이 핵을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면 미국 본토에 떨어진다. 북한이 자신을 건드리면 뉴욕을 공격하겠다고 협박할 때 미국이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핵무기를 쏘고 미군을 파병하겠다고 100% 보장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이어 "핵무기를 사용하면 모두 전멸한다. 그러니 북한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핵무장을 하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핵 무장하면 북한이 우리에게 핵 공격을 못 하는 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먼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본격적으로 핵 공유를 논의할 때"라며 힘을 실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로 출국 중인 태영호 의원은 전날(현지시간) 주이스탄불 한국총영사관에서 진행된 튀르키예·체코 대사관 국감에서 "튀르키예를 비롯한 5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구성국이 끊임없이 미국에 요구해 전술핵 배치를 통한 핵 공유가 실현됐다"며 "우리도 튀르키예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핵무장에 대한 신중론과 함께 전술핵 재배치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정우택 의원은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의 행태를 봤을 때 전술핵 배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이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며 "여러 국제적 상황이나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정치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보다 냉정하게 말해야 한다. 핵 개발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 미국 전술핵이 과연 다시 올 수 있겠나"라며 "북한의 도발에도 미국은 계속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한다. 전술핵 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 |||||
<저작권자 ⓒ 수도권일보 (www.sudokwo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