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야택시난과 관련해 호출비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정부 대책을 발표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줄지어 서 있다. 2022.10.04.

[김부삼 기자] 카카오가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피해 접수를 시작한 가운데 서비스 먹통으로 택시 영업에 차질을 빚은 유료 멤버십 기사들에게 피해 보상안을 내놨다. 택시업계에서는 카카오T앱 먹통으로 호출(콜) 영업에 차질을 빚었지만, 1인당 보상액수가 최저시급도 되지 않는다며 보상 규모에 분통을 터트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날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난 15일 기준 '카카오T 프로 멤버십'에 가입돼있던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6일치 이용료 상당의 7550원의 포인트를 지원하겠다는 보상안을 공지했다.
월 3만9000원의 카카오T 프로 멤버십은 비가맹 기사들을 대상으로 플랫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앱 내 부가 기능과 안심 보험 등 부가혜택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월 2만2000원 카카오 대리 프로 서비스에 가입한 기사들에게도 6일 상당 이용료 4260원의 포인트를 지급했다. 대리 프로 서비스는 부가선택 상품으로 제휴사콜 확인, 전용 상담센터 운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두고 택시기사들은 카카오 보상안이 하루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규모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멤버십 구분 없이 실제 피해가 발생한 만큼, 피해상황을 고려해 보다 현실적인 보상안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택시업계에서는 카카오T 서비스 장애로 최대 수십만 원에 달하는 영업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택시 기사들이 많다. 택시 기사 A씨는 "최저시급도 되지 않는 보상액인데 생색 내기로보인다"라며"그날 받지 못한 콜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카카오T 블루 가맹택시 기사들에 대한 보상 규모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택시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단,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보상안이 최종은 아니라며 추가 보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서비스 장애로 이틀간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안부터 먼저 발표한 것”이라며“기사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범위도 넓고 사례가 다양해서 현장 상황을 파악하면서 추가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택시 호출(중개) 관련해서는 별도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플랫폼의 자체 판단에 맡겨야 하는 구조다. 기사들이 피해 규모를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만큼 보상 절차가 쉽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택시기사들이 나머지 실제 손실분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18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민주노총),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개인택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법인택시) 등 택시 4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안일한 운영과 부실한 대응으로 야기된 택시 호출 먹통 사태에 대해 카카오는 배상하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전날부터 카카오톡 앱 상단에 피해 신고 채널을 열어 서비스 장애로 인한 피해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유료 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카카오톡, 다음 등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게도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료 결제 서비스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일괄 보상안을 발표했다. 앞서 음원 플랫폼 멜론은 1500원 상당의 이용권을 지급한다고 안내했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콘텐츠 이용 기한을 72시간, 96시간 각각 연장하고, 서비스 장애 기간 만료된 캐시 3000원을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카카오게임즈도 각 게임별로 게임 내 아이템 및 재화를 보상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카카오톡, 메일 등 무료 서비스에 대한 피해 보상은 약관 등 근거가 없어 보상이 쉽지 않아 난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다음 메일은 복구에 닷새가 걸려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직장인, 공공기관에서 피해가 속출하며 보상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카카오 비즈니스 서비스 ‘톡채널’도 부분 무료 서비스여서 어떤 보상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 전날 오후 4시까지 780건의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중 톡채널이 가장 빈번하게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무료 서비스에 대한 카카오 보상안이 업계 선례로 남을 수 있어 보상 규모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때 보상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당시 KT는 소상공인 1만2000명에게 최대 120만원을 지급하고, 개인 고객에게는 피해 정도에 따라 1~6개월 이용료를 감면해줬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무료 서비스 이용자는 보상이 선례도 없고 기준도 없어서 어떤 사례가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사례를 확인한 뒤 정책을 만들어야 해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단 접수채널을 2주 정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선제적으로 보상안을 마련한 뒤 판교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인 SK C&C에 대해 구상권 청구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