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마르쿠스 포슈너. (사진=Reinhard Winkler)

[김부삼 기자]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은 특별한 곡이에요. 기쁨과 에너지가 넘치는 걸작이죠. 브루크너가 긍정적인 사고와 열정으로 작곡했다고 생각해요. 눈을 감고 귀를 열어주세요. 이 교향곡이 인도하는 또다른 세계를 즐겁게 탐험했으면 좋겠어요."
중부 유럽을 대표하며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린츠(BOL)가 한국을 처음 내한한다. 2017년부터 5년간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온 독일 출신의 수석 지휘자 마르쿠스 포슈너(51)가 단상에 오른다.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1824~1896)가 태어나고 묻힌 곳이자 오스트리아 제3의 도시인 린츠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다. 1802년 개관한 린츠 주립극장과 역사를 같이하며, 1967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매년 9~10월 열리는 브루크너 국제 페스티벌의 메인 오케스트라다.
지난 19일 화상으로 만난 포슈너는 "한국인 친구들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 방문이 너무나 기대된다"며 "브루크너가 선사하는 마법 같은 세계로 한국 관객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26일과 27일 각각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첫날엔 오케스트라를 상징하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5번, 단 한 작품을 들려준다. 80분이 넘는 대작으로, 국내에서 잘 연주되지 않은 곡이다. 다음날엔 베토벤의 교향곡 7번과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올해 신년음악회에서 선보였던 프로그램이다.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은 많이 연주되는 곡은 아니에요. 듣기 쉬운 곡은 아니지만,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죠.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도 돼요. 한국 관객들이 이 곡을 어떻게 들을지 궁금해요. 특히 피날레가 훌륭한데, 귀 기울여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베토벤도 브루크너와 무관하지 않다. 큰 영향을 준 작곡가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과연 베토벤 없이 오늘날의 브루크너가 가능했을까"라며 "(브루크너가 숭배했던) 바그너 이전에 그에게 영향을 준 작곡가"라고 설명했다.
"초기 교향곡 1번과 3번의 경우 베토벤 교향곡 9번과 매우 흡사해요.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은 베토벤 교향곡 7번의 리듬이나 다양한 음악적 측면을 구현해냈죠. 작곡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영감의 원천을 아는 게 매우 중요해요. 한국 공연에서 브루크너부터 베토벤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이 관객들에게 흥미로운 시간이 될 거예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협연한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조재혁은 "한마디로 베토벤의 유머감각"이라고 곡을 정의했다.
"오페라와 같아요. 시작부터 그렇고, 2악장은 한없이 사랑스럽죠. 번뇌에 찬 베토벤이 아니라 이전의 행복한 시절의 베토벤이에요. 3악장은 유머로 가득차있어요. 슬랩스틱처럼 몸으로 하는 유머죠. 사실 초기 소나타만 봐도 베토벤은 재밌는 사람인데, 중기·후기에 달라졌죠."
포슈너 역시 "유머로 가득한 곡"이라며 조재혁의 해석에 공감하며 크게 웃었다. 조재혁과 처음 협연하는 소감도 전했다. "현지 음악가와 협연하는 걸 좋아한다. 협력하며 서로의 아이디어와 문화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며 "언어가 달라도 연주하는 순간은 같은 마음, 같은 맥박"이라고 말했다.
포슈너는 부임 후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동시에 브루크너 해석에 있어 오케스트라 린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브루크너 음악의 재발견이 저의 목표"라며 "그가 남긴 걸작의 진실을 찾는데 계속 노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브루크너 교향곡은 200여년이 됐지만 지금 시대에도 의미가 있는 음악이에요. 중요한 건 작품 안의 진실을 찾는 거죠. 모든 작품은 악보 뒤에 의미가 있어요. 단순히 악보에 적힌 기호로 정의되지 않아요. 그것이 바로 제가 찾고 있는 진실이죠. 사람들이 특정 레퍼토리에 기대하고 예상하는 게 있는데, 많은 이들이 가진 브루크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어요. 그리고 그의 음악을 계속 발견하는 일을 해나갈 거예요."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