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삼 기자] 그룹 '샤이니(SHINee)' 멤버 겸 솔로 가수 키(Key·31·김기범)의 본령은 무대다.
22일 오후 서울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키 콘서트 - 지오에이티(그레이티스트 오브 올 타임) 인 더 키랜드(KEY CONCERT - G.O.A.T. (Greatest Of All Time) IN THE KEYLAND)'가 새삼 증명한 사실이다.
각종 예능에서도 끼를 뽐내는 키는 데뷔 15년차 2세대 K팝 대표 아이돌 그룹 멤버 활동의 진짜 힘은 무대에서 나온다는 걸 보여줬다. 바쁜 스케줄에도 꾸준히 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해온 덕분에 얻은 성취다.
tvN '놀라운 토요일'(놀토), MBC TV '나혼자 산다' 등에서 워낙 활약이 커 자칫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도 받을 수 있는데, 키는 "내 본업은 아이돌"이라는 걸 온몸으로 구현했다.
샤이니는 수많은 아이돌 중에서도 독특한 포지션을 인정 받고 있다. 유행을 제시하는 '컨템포러리 밴드'를 표방해온 팀답다. 2008년 5월25일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한 이래 '링딩동' '루시퍼' '셜록' '뷰' '돈트 콜 미' 등 실험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곡들만 나열해도 샤이니가 여느 팀들과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키 역시 솔로 활동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 받았다. 지난 8월 발매한 정규 2집에 힙합 댄스('가솔린'), 신스 웨이브('길티 플레저'), 일렉트로닉 팝('어나더 라이프'), 디스코 팝('딜라이트') 등 다양한 색깔의 트렌디한 곡들이 실렸다. 2집 수록곡 전부를 들려준 이번 콘서트에서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특히 이번 2집 타이틀곡인 '가솔린'이 예상을 깨고 세트리스트에 가장 먼저 배치된 점도 놀라웠는데, 이는 시작부터 폭발적인 기운을 채우고 공연을 끌어나가는 힘이 됐다. 보통 핵심이 되는 곡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에 배치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새로웠다. 키는 "반대를 무릅쓰고 '가솔린'을 먼저 했는데, 덕분에 힘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센 척 안 해' 등 정규 1집 수록곡, '새터데이 나이트' 등 첫 미니앨범 수록곡 등을 들려주며 자신의 솔로사(史)를 망라한 키는 정말 쉬지 않고 부지런히 무대에서 몸을 움직였다.
공연 연출을 맡은 SM 퍼포먼스 디렉터 황상훈은 원색 조명, 분할 리프트 등 역동적인 구성으로 키를 지원사격했다. 특히 키가 앞 무대로 전진할 때마다 메인 무대의 천장에 붙어 있던 왕관 모양의 조명이 비스듬이 내려와 키를 비춰주며 "모든 순간마다 최고의 주인공"이라는 걸 상징화했다.
3년8개월 만에 열린 키의 오프라인 콘서트인 만큼 그의 부모뿐만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식구들도 대거 응원왔다. 팀 동료인 태민을 비롯해 레드벨벳 아이린과 예리 등이 공연장을 찾았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도 태민의 옆에 앉아 키에게 힘을 실었다. 키는 "부모님이 제 정서와 정체성을 만들어주셨다면, 이수만 선생님은 절 샤이니로 만들어주신 분"이라면서 "만약에 저를 오디션에 뽑지 않았다면 저는 없었을 거다. 이렇게 샤이니 다섯 멤버들 모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키는 팬덤 '샤이니 월드'(샤월)에게 고마워했다. "이게 얼마만이야.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했고 샤월은 초반부터 "기범아 보고 싶었어"라는 플래카드를 펼쳐 오프라인 무대로 돌아온 키를 환영했다.
어느덧 서른살이 넘은 키는 이날 능수능란했다. 무대는 물론 빼어난 입담은 공연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새로 유입된 팬들도 있었지만, 이날 공연은 오랜 시간 팬들과 켜켜이 쌓아온 유대감도 빛났다. 함께 해온 시간이라 가능한, 작은 이야기에도 공감하고 함께 힘껏 웃었다.
키의 프로다운 면모는 콘서트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콘서트와 같은 시간대와 방송한 '놀토'를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놀토'는 (공연장에 모인) 4000명의 시청자를 잃었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몸이 피곤한 콘서트 기간엔 그냥 넘어가도 될 법한데, 당일에 모니터링을 하는 근성을 보여준 것이다. 팀뿐만 아니라 솔로로서도 장수하는 아이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키는 23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콘서트를 이어간다. 양일간 8000명이 운집한다.

김부삼 기자 @sudokwon.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