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김부삼 기자] 현대차그룹이 주문을 받고도 제때 생산하지 못한 백오더 물량이 22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 문제가 주 원인이지만 사측의 수출과 내수 비율 조정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백오더는 100만대 규모다. 세부적으로 내수 67만대, 수출 33만대다.
기아는 백오더가 더 많다. 올해 3분기 기준 총 120만대로 내수 60만대, 수출 60만대 수준이다.
주우정 기아 부사장은 전날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4분기에도 일정부분 물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측이 백오더의 가장 큰 이유로 지목하는 건 '부품 공급난'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2020년 와이어링 하네스를 제대로 조달하지 못해 심각한 생산차질을 빚은 이래 2021년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또 다시 백오더가 쌓인 바 있다.
올해에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여전히 해결하기 힘든 숙제다. 여기에 기아의 경우 차량 연료탱크 수급에도 문제가 생겨 전반적인 완성차 생산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에선 라인 10개중 2개 라인 정도만 특근을 하고 있다.
현대차 한 관계자는 "반도체 문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센서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부품 수급은 여전히 많이 힘들다"며 "이 때문에 더 많이 특근을 하지 못하고 라인 10개중 1~2개 라인만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컨베이어벨트를 빈 채로 돌리는 공피치도 10대 생산 중 1대 꼴로, 라인별로 하루에 100~200대가 공피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백오더의 원인을 부품 수급 문제로만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보다 생산된 차량을 수출과 내수로 나누는 비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서로 합의해 생산차량 60%는 수출로, 40%는 내수로 유통하기로 정했다.
문제는 포괄적인 비율이 아닌 차량별 세부 비율이다. 포괄 비율인 60 대 40에는 노사가 합의했지만 세부 비율 조정은 사측이 알아서 한다.
수익률이 높은 제네시스 GV70과 GV80의 경우 수출과 내수 비율이 70:30으로 더 차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대를 만들면 7대는 수출하고, 3대만 내수로 돌린다는 의미다.
또 다른 인기 차량인 팰리세이드는 수출과 내수 비율이 각각 80% 대 20%까지 차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다른 차량들은 50 대 50으로 수출 대 내수 비율을 나누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난 10월 기준 국내 소비자들은 제네시스 GV80의 경우 트림에 따라 최장 30개월까지 기다려야 차키를 손에 쥘 수 있다.
즉 수출비율이 높은 차량일수록 대기기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차 대기기간이 길어지면서 고객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판매직원들도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국내 일부 판매 직원들은 차량을 빨리 만들어 달라고 울산공장을 항의 방문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최근 열린 노사 협의에서는 판매부문 노조대표가 영업사원들의 고충을 토로하며, 수출 대 내수 비율을 제대로 지켜달라고 사측에 요구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사측은 수출과 내수가 6대4로 잘 지켜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내년 이후에나 부품 문제 등 본질적인 백오더 원인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