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고명현기자] ◇ 늦었지만 시의원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9대 동두천시의원 임기 시작 후 지금까지 100여 일간, 초선의원으로서 느낀 의정활동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거운동이라는 게, 직접 겪어보니 정말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걸 절감했습니다. 평소 걷기를 좋아해서 하루 1만~2만 보씩 걸을 정도로 체력에는 자신이 있는 편인데도, 선거기간 동안 몇 번이나 스스로의 한계를 만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거운동 그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했고, 실제로도 비록 힘은 들었지만 참 즐거웠습니다. 선거를 치르면서, 내 고향 동두천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음을 느낍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동두천의 골목 구석, 그리고 이제는 그냥 이웃이 아닌 유권자라는 입장에 선 시민들을 마주하면서, 당선된다면 시의원으로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임현숙을 선택해 주신 시민들에게 다시금 정말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난 100여 일은, 정말 말 그대로 정신없이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즐겁고 행복합니다. 고향 동두천과 시민들을 위해 시의원으로서 짊어지고 걸어가야 할 어깨 위 짐의 무게가, 제게는 고통이 아닌 긍지와 보람으로 여겨집니다. 아직 더 배우고 채워가야 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어서 빨리 ‘새내기 초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내고, ‘일 잘하는 시의원 임현숙’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겠습니다.

◇ 시의원 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스무 살이던 1989년부터 지금까지 33년간, 여러 방면의 봉사활동을 해왔습니다. 생업인 미용업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인근 대학에 출강해 미용 후배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제 나름 키워 온 동두천 사랑의 마음을 제도적 틀 안에서 공식적인 역할 수행을 통해 펼쳐 보고 싶다는 포부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시 예산 집행과 정책 추진에 보다 능동적인 위치에서 참여해 보자.’라는 목표가 생기게 되었고, 가족·지인은 물론 많은 시민의 의견을 듣고 심사숙고한 끝에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말씀하셨듯이 수십 년간 고향 동두천을 위해 열정적으로 많은 봉사활동을 해 오셨습니다.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 그리고 봉사활동에 관한 나름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1989년, 만 열아홉 나이에 빗과 가위를 처음으로 손에 쥐었습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미용도 처음에는 서투르고 어렵기만 했습니다. 처음 일을 배우면서부터 관내 어르신들과 소외 계층을 위한 무료 미용 봉사활동에 나섰습니다. 어르신들의 머리를 단장해드리는 재능기부 나눔 활동에 꼬박꼬박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그와 함께 조금씩 미용 실력도 늘어나더군요. 어느 정도 실력이 숙련되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사활동이라는 명분으로 어르신들의 머리를 다듬어 드리면서 이렇게 실력이 성장한 것인데, 어찌 보면 오히려 내가 그분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것이구나. 그 과정에서 갈고닦은 능력을 이제는 제대로 봉사활동에 써야 한다. 그것이 당연한 도리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료 미용 봉사활동이 33년 동안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미용뿐만이 아닌 다른 분야의 다양한 봉사활동에도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되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충만한 보람을 느끼면서 시간이 나는 대로 봉사활동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봉사활동이 제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봉사활동 그 자체의 기쁨과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얘기하는 것처럼, 결국 봉사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세상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남을 위해 흘린 땀은, 결국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이 싹터 자라 맺는 열매는 자신을 포함한 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누리는 것입니다. 봉사활동에 매진하게 되면 가장 먼저 마음속에 뿌듯한 ‘보람’이 피어납니다. 그다음, 그 ‘보람’에서 기쁨이, 기쁨에서 삶의 진실한 ‘행복’이 번져납니다. 결국 이웃을 위해 땀 흘리는 ‘봉사’는 곧 ‘행복’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에 첫발을 들이면서부터 미용업에 종사해 오셨고, 지금도 대학 등에서 후진을 양성하며 미용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미용인의 삶을 살아오며 느꼈던 점이 있다면?

반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머리를 수십 년 매만지다 보면, 저절로 관상쟁이가 다 된다.” 손님의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서는 그 첫 단계로 그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볼 수밖에 없습니다. 눈, 코, 입, 귀, 그리고 얼굴 윤곽과 두상의 형태에 가장 잘 어울리는 헤어 스타일을 손님에게 만들어 드리는 것이 바로 미용입니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삶과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위와 빗으로 한 분, 한 분의 머리를 예쁘게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삶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생겨납니다. 동두천에서 30년 넘게 시민들의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고향 동두천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더군요.
손님의 머리를 단장하는 동안, 짧게는 몇십 분, 길게는 몇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살짝 과장해서 말하자면, 미용사는 상담사이기도 합니다. 소소한 개인사나 동네 돌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네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소망, 나아가 지역사회의 여러 현안과 과제들로까지 화제가 확장됩니다. 어쩌면 제가 정치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도, 고객으로 오시는 시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고향 동두천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진지한 성찰이 세월 속에 쌓인 결과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 새내기 정치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좋은 정치’와 ‘바람직한 지방자치’에 대한 가치관이나 소신은 무엇입니까?

정치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아직은 일천한 제 정치경력으로 감히 ‘정치’에 대해 논하는 것은 좀 부끄럽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치’, 그중에서도 특히 ‘지방자치’의 역할은 ‘마중물’과 같은 것이라고 봅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 마음속에 가지고 있을 ‘더 나은 동두천’에 관한 많은 생각과 희망들은 비유하자면 땅속 깊이 보이지 않게 흐르고 있는 지하수와도 같습니다. 그 지하수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수자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표면으로 흐르게 해야겠지요? 정치와 지방자치는 그 지하수를 밖으로 인도하는 펌프의 마중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보이지 않는 시민 마음속 요구와 희망을 끄집어내서, 시정 운영과 의정활동이라는 유형적인 결과물로 ‘제도화’시키는 매개체 역할이 지방정치인의 사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제도화되지 못한 시민 개개인들의 바람과 기대를 제도권 정치의 장으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가장 먼저 ‘경청’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좋은 정치’의 시작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크게 열어 경청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제9대 동두천시의원으로서 앞으로 의정활동에 대한 각오, 그리고 ‘이것만큼은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다!’라는 목표가 있다면?

동두천이 더 잘 살고 행복한 도시가 되도록 작지만 제 모든 힘을 보태겠습니다. 미용실을 찾는 시민들의 거울에 비친 표정에 근심이나 우울함이 아닌 만족과 웃음이 더 많아지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아직도 동두천에는 어려움과 불편을 겪고 있는 이웃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평화지역RCY(청소년적십자봉사단)를 제가 창단해서 지금도 매주 토요일마다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관내 홀몸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있습니다. 주말 이른 새벽마다, 다니는 학교는 다르지만 ‘평화지역RCY’라는 이름 아래 한 마음으로 뭉친 청소년들은 직접 장을 보고 케익과 미역국, 샐러드, 밑반찬을 정성껏 만들어서 생일을 맞은 홀몸 어르신들을 찾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조촐한 파티를 열어드리고 있습니다. 마음 따뜻하고 착한 이 친구들을 보면서 가지게 된 제 의정활동의 목표는, 바로 “우리 지역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해 일해보자!”라는 것입니다. 동두천의 청년과 청소년들을 위한 조례 제·개정과 정책 마련 등 시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들인지 찾고 연구하는 중입니다. 4년 후, 제9대 의원으로서 제 임기가 끝날 때는 동두천의 청년과 청소년들이 지금보다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환경이 멋지게 조성될 수 있도록 일하겠습니다.

◇ 취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한 권만 소개해 주십시오.

요즘은 오카리나 연주에 푹 빠져 있습니다. 휴대하기 간편하고 배우기 쉽고, 무엇보다도 음색이 참 아름답습니다. 오카리나를 배우고 있는 것도, 단지 제 개인의 취미 충족을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아직은 좀 서툴기는 해도, 여러 지역 문화행사와 관내 복지시설 위문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음악으로 감동을 선물할 수 있어서 기쁜 보람을 느낍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제가 1년에 한 번씩은 꼭 다시 읽는 책입니다. 한 줄의 서평이나 감상에는 다 담을 수 없는 깊은 깨달음이 들어 있는 책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 특히 순수함과 진실함의 본질과 선한 영향력에 관해,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동화입니다.

◇ 끝으로 동두천시민들에게 드리고픈 말씀 부탁드립니다.

‘비타민’은 3대 영양소처럼 신체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만들어 내지는 않지만, 생존과 건강을 위해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입니다. 선거 때 제가 내걸었던 슬로건처럼, ‘동두천’에 꼭 필요한 ‘비타민’ 같은 시의원이 되겠습니다. 소설 ‘어린 왕자’의 주제는 한 줄로 요약됩니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비타민’처럼 동두천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제게 주어진 소명에 모든 힘을 다하겠습니다.
이준관 시인의 시 ‘구부러진 길’의 한 구절입니다. “구부러진 길이 좋다......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들판의 꽃들을 포근하게 품에 안고, 하늘의 별들이 부담 없이 내려앉을 수 있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친구처럼, 동생처럼, 언니나 누나처럼, 며느리나 딸처럼 친근하게, 언제나 시민 곁에서 힘이 되는 일꾼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동두천/고명현기자 hyungo@sudokwon.com 동두천/고명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