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07.

[김부삼 기자] 여야는 7일 이태원 참사 원인을 추궁하는 첫 국회 차원 회의에서 일제히 정부의 실패를 질타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책임과 범정부 차원의 마약 단속 집중의 영향을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국민의힘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행적 등 참사 당시 경찰의 구체적 대응과 허점 노출을 비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상민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등을 상대로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질의를 했다.
경찰의 대응 실패에는 여야 구분 없는 질타가 쏟아진 가운데,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용산 대통령실 이전 등 책임론에 힘을 쏟았고 국민의힘은 당시 용산경찰서·서울경찰청의 대응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방점을 뒀다.
민주당 공세 핵심은 이상민 장관에 집중됐다.
천준호 의원은 이 장관에게 대통령실에 사의를 밝히거나 의논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천 의원이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한 바 있나"라고 묻자 이 장관은 "없다. 의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천 의원은 "경찰국 신설, 경찰 장악에 상당한 전문성과 능력이 있다고 보여지지만 재난안전에는 어떤 경험, 전문성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사태 수습을 위해서라도 빨리 사퇴하는 게 좋다"고 즉시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최기상 의원은 "이번 참사로 '국민안전은 국가의 무한책임이다. 국민들께서 안심할 때까지 끝까지 챙기겠다'던 윤 대통령의 말은 헛말임이 드러났다"며 "재해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물러날 생각이 없나"라고 했다.
유일한 비교섭단체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무한책임이라는 단어는 대통령이나 총리 같은 분들이 쓸 말씀이지 구체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장관께서 쓸 말씀이 아니다"라며 "주무 부처의 장관으로서 내가 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를 한번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사퇴를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의 사퇴를 명시적으로 촉구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발언에 대한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최기상 민주당 의원 다음 순서에서 이 장관의 과거 논란성 발언에 대해 다시 의미를 물었다. 조 의원은 "'경찰력을 더 투입해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등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라고 질의했다.
조 의원은 이어 "'행사 때 인원이 평년과 유사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는데 승하차 인원만 봐도 어느 때보다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평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한 발언의 근거가 뭔가"라고 물었다. 또 "'사고 원인 발표 전까지 선동적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무엇이 선동적이로 정치적인 건지, 그게 사려 깊은 말이었다고 생각하나"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달리 이 장관에게는 직접적 사퇴 압박에 해당하는 주문이 나오지는 않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태원 참사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07.

여야는 경찰 대응 문제점 지적에도 다소 다른 접근을 보였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차원의 마약 집중단속,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인한 경호 수요 증가 등이 참사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성만 의원은 참사 당일 경력 배치가 계획보다 늘어났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에 영향을 받아서 한 건가"라고 물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훨씬 이전에 서울청 자체적으로, 7월부터 마약 특별단속을 특별히 지시했다"고 부인하자 이 의원은 "그럼 그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질서유지에는 왜 신경 안 썼나"고 되물었다.
김교흥 의원은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동에 집회·시위가 없었는데 2개 중대가 있었나. 아직 들어가지 않은 빈 집인 대통령 관저에 200명의 기동대가 있었나"라고 물은 뒤 "이 병력의 1개 중대만, 8시 또는 9시, 9시 반이라도 병력 투입을 했다면 이 사태는 막았다. 동의하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참사 발생 당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행적을 중심으로 경찰의 구체적 대응 문제를 질타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사실상 경찰 대응 실패 지적으로 질의를 일관했다.
장제원 의원은 "1차적으로 참사 현장의 관할 서장의 책임을 밝히는 게 첫 순서다. 그런데 이임재 이 분의 수상한 행적은 미스터리 수준"이라며 "참사를 고의로 방치한 것 아닌가. 언론에 드러난 상황을 보면 업무상 과실치사로, 살인 방조 세월호 선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이임재 전 서장 긴급체포를 촉구했다.
서울경찰청장을 지낸 김용판 의원은 "정보의 실패다. 서울경찰청에도 정보가 있고 용산경찰서에도 정보가 있는데, 혼잡이 예상되는데 정보에서 나갔나. 계획서가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일정 부분 동의한다"고 하자 김 의원은 "일정 부분은 무슨, 그런 자세를 가지니까 안 되는 것"이라며 "제대로 지휘체계를 거쳐서 경력이 배치돼야 하는데 전혀 안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한편 이날 질의에 앞서 출석 요청에 불응한 이임재 전 서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송병주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3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채익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른 국회 출석의무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서장 등이 출석할 것으로 보이는 다음 행안위 전체회의는 오는 16일이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