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리프킨 작가 (사진=민음사 제공) 2022.11.07.

[김부삼 기자] "이제는 그 누구도 진보, 효율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최근 신간 '회복력 시대'를 펴낸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제·사회사상가인 제러미 리프킨은 "어렸을 때 늘 “진보”라는 단어를 들으며 자랐지만 오늘날, 전세계의 사업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지만 2~3년째 진보라는 말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출판사와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회복력의 시대는 인류를 비롯하여 지구의 생명을 재생시킬 수 있는 두 번째 기회일 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8년 간의 집필 기간을 거쳐 출간된 이번 신간은 50년에 걸쳐 글로벌 경제와 사회, 거버넌스 혁신, 기후변화 등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했다. 진보의 시대를 넘어 저자가 예견하는 미래는 '회복력의 시대'다. "지난 1만년 동안 인간이 자연을 인간에게 적응시키며 멸종의 길을 달려왔다면 이제는 다시 인간이 자연에, 좀 더 정교한 방식으로 적응할 차례"라는 의미다.
"경제에 발 들이기 시작한 젊은 세대는 성장에서 번영으로,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GDP에서 QLI로, 과소비에서 생태관리로, 부정적 외부성에서 환상성으로, 소유에서 접근으로, 시장에서 네트워크로, 선형적 프로세스에서 인공두뇌학적 프로세스로, 대기업에서 민첩한 최첨단 중소기업으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지적재산권에서 지식의 오픈소스 공유로, 제로섬 게임에서 네트워크 효과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치학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리프킨은 회복력 시대로 들어서며 산업환경의 변화도 예견했다.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프라는 2040년 경이면 회복력 시대의 인프라로 전환할 것이라 예상한다"는 그는 "새로 부상하는 인프라는 수직분산형, 중앙집권형이 아니라 완전히 분산형 인프라의 형태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민첩한, 최첨단 중소기업들의 수가 증가할 것이다. 이 중소기업들은 중복을 형성하며 회복력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찾아올 회복력 시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인간을 서양문명에서처럼 자율적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개인으로 본다는 점이 동양문명의 강점"이라며 "이로 돌아가되 동양문명의 자연에 대한 접근을 업데이트해 적용한다면 서양국가보다 훨씬 빨리 회복력 시대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특이한 점은 오랜 기간 주변 강국의 지배를 겪으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반응성이 매우 민감해졌다는 겁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한국인들은 식민지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할 방법을 찾아야 했으니까요. 궁극적으로 주변 요소들의 연결고리를 관찰하는 능력을 키우고, 주변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을 배우면서 한국은 강인한 문화적 유전자를 가지게 되었다는 게 나의 해석이에요. 바로 그 능력이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죠."
끝으로 리프킨은 최근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그는 "이태원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애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도 모두가 놀랐다.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었다. 전 세계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데,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