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 현판이 부착되어 있다. 2022.11.06.

[김부삼 기자] 이태원 참사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대상이었던 서울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소속 계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 규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보고서가 삭제된 것이 은폐 지시에 따른 것인지를 두고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시 지휘계통에 있던 피의자 조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용산경찰서에서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작성됐던 인파 관련 보고서가 참사 후 삭제됐다는 의혹에 대해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 A씨 등을 상대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수본은 전날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전 정보계장 B씨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할 예정이다.
B씨는 A씨와 함께 직권남용,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특수본 수사를 받고 있었다. 특수본은 용산경찰서 정보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보고서 작성자는 물론 다른 정보과 직원들을 조사하면서 A씨와 B씨의 소환을 검토해왔다.
용산경찰서 한 정보관은 지난달 26일 "이태원 해밀톤 호텔에서 이태원소방서 사이 구간 많은 인파로 보행자 도로 난입, 사고 발생 우려", "방역 수칙 해제 후 첫 핼러윈 축제인 만큼 많은 인파 운집될 것으로 예상" 등의 내용이 담긴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이태원 참사 4일 뒤인 지난 2일,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과 직원에게 삭제 지시를 내렸고, 해당 직원이 이를 거부하자 다른 직원을 통해 보고서를 삭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해당 보고서 작성 사실을 숨기자고 부하 직원들을 회유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는데, B씨가 이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특수본은 의심하고 있다.
현재 해당 보고서 작성 직원은 증거인멸을 위해 보고서를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A씨는 경찰관이 수집·작성한 정보가 목적이 달성돼 불필요하게 됐을 때 지체 없이 폐기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A씨를 도와 직원에게 삭제를 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B씨의 사망으로 보고서 은폐 의혹 진상 규명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A씨 등이 증거인멸 의도를 갖고 회유에 나섰는지에 대해 B씨 진술을 듣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윗선'으로 의심받는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으로 수사를 이이가려던 특수본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특수본은 박 부장이 용산경찰서를 포함한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는 취지로 발언한 정황을 확보한 상태다.
특수본은 지난 1일 500여명이 넘는 대규모로 꾸려져 열흘 넘게 수사를 이어오고 있음에도 속도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수본은 토끼머리띠를 쓴 남성이 사람을 밀었다는 의혹, 각시탈을 쓴 사람이 술을 뿌렸다는 의혹 등 온라인상에 떠돌던 소문들은 신속하게 조사해 확인했지만, 정작 핵심 의혹이 제기된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경찰·소방·용산구청·서울교통공사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도 상위 기관인 행정안전부나 서울시에 대해선 수사 개시 이래 법리검토만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수본은 현재까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이태원 해밀톤호텔 대표이사 등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