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안위 이채익(가운데) 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10차 전체회의에서 이만희(오른쪽) 국민의힘 간사,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예산안 상정 관련 설전을 벌이고 있다. 2022.11.16.

[강민재기자] 국민의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예산 정국에 돌입했지만 주요 예산안 협상마다 야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국면 속에서도 집권여당으로서 정국을 주도하지 못 하고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는 17일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하면서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세부 심의에 돌입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을 정부안 대비 10% 삭감했고 정부안에서 전액 삭감됐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5000억원을 편성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주요 사업 예산은 삭감된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장해온 핵심 사업은 증액된 것이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용산공원 조성 등 야당이 감액을 공언한 예산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야 대립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 여부로 인한 야당과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여당의 정부안 사수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여론이라도 등에 업어야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힌 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발표된 11월 3주 전국지표조사(NBS)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30%, 민주당은 33%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같은 조사 전주 대비 3%p 하락했고 민주당은 2%p 상승한 수치다. 민주당은 해당 기관 조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을 정당 지지율을 앞섰다.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을 넘겨 예산안이 처리될 것이란 관측이 높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야당의 프레임에 맞서 집권 여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한단 부담에 직면했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통화에서 "예산도 그렇고 주요 입법도 지금 하나도 뒷받침이 안 되는 상황에서 양곡관리법 등 주요 이슈까지 야당에 뺏기는 것 등이 지지층에 불만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여당이 왜 저렇게 무기력할까 생각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대통령 지지율은 소폭 상승하기라도 하는데 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인다는 건 지지층에서 우리당이 국정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비윤계 의원은 "야당과 의석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예산부터 법안까지 우리가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 자체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했다.
한 원내 관계자는 "한두석도 아니고 절대 다수를 가진 제1야당이 공격적으로 발목을 잡겠다고 나오는데 타협의 여지도 없는 것 아니겠나"라며 "국민들은 자세한 상황은 모르고 결과만 보고 판단할테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현재 상황을 단기적으로만 볼 건 아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아직 정확하게 현실화된 게 아니어서 그 상황이 정확히 오는 순간 변곡점을 그릴 것"이라며 "수적으로 열세인 게 바뀌진 않기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때를 기다려야 한다. 원래 국정감사, 예산 정국은 야당의 시간"이라고 했다.

강민재기자 iry327@sudokwon.com 강민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