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KBO 시상식에서 홈런상을 수상한 KT 위즈 박병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17.

[김부삼 기자] 화려하게 부활하며 홈런왕을 탈환한 베테랑 거포 박병호(36·KT 위즈)가 더 많은 타이틀을 꿈꾼다.
박병호는 올 시즌 124경기에서 35홈런을 때려내 홈런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시즌 30홈런을 넘어선 것은 박병호가 유일했다. 2위는 28개를 때려낸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였다.
박병호가 홈런왕에 오른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자, 2012~2015년, 2019년에 이어 개인 통산 6번째다.
6차례 홈런왕은 KBO리그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이전까지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박병호가 나란히 5회로 최다였다.
만 36세에 홈런왕에 등극한 박병호는 2005년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기록한 역대 최고령 홈런왕(만 35세) 기록도 다시 썼다.
박병호는 "홈런왕에 오른 것에 대해 큰 감흥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최다, 최고령 기록을 쓴 것은 개인적으로 뿌듯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2년 동안의 부진을 딛고 일어서 일군 홈런왕 타이틀이다.
박병호는 2020년 타율 0.223 21홈런 66타점, 2021년 타율 0.227 20홈런 76타점에 머물렀다. 2년 연속 20홈런을 넘겼지만, 타율이 현저하게 떨어진 그에게 '에이징 커브'가 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 겨울 10년간 몸담은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KT에 새 둥지를 튼 박병호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65경기 만에 20홈런을 몰아치면서 KBO리그 최초로 9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다. 7월 28일 키움전에서는 시즌 30홈런을 채웠다.
박병호는 "올해 30홈런을 돌파했을 때 '다시 한 번 잘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환경적인 부분이 지난해와 올해 가장 다른 부분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었다"고 전했다.
박병호는 시즌 막판인 9월 중순 키움전에서 주루 플레이 도중 인대 손상 부상을 입었다. 시즌 아웃 전망도 나왔지만 박병호는 괴물같은 회복세를 보이며 10월초 복귀했고, 정규시즌 막판 4경기에 대타로 나와 4타수 2안타 2홈런을 날렸다.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1~5차전에도 모두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타율 0.526(19타수 10안타) 1홈런 3타점을 때려냈다. 온전치 않은 발목 상태에도 혼신의 주루 플레이를 선보이는 등 투혼을 발휘했다.
'부상이 없었다면 더 많은 홈런을 치지 않았을까'라는 말에 박병호는 "그런 아쉬움은 전혀 없다. 하지만 중요한 시기에 한 달 동안 빠진 것이 아쉬웠다'며 "내가 뛰어서 반드시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1~3승 정도를 더 했으면 다른 위치에서 가을야구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수술을 피한 박병호는 재활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비시즌이니 마음 편히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스프링캠프에서도 100%는 아니겠지만, 시즌 개막 때에는 100%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스스로에게서 희망을 본 박병호는 더 많은 타이틀을 따내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년에도 몸 관리를 잘해서 올해보다 모든 수치가 하나, 둘 씩 높았으면 좋겠다. 꼭 내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은퇴하기 전까지 더 많은 타이틀을 따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박병호는 홈런왕 계보를 이을만한 재목으로는 LG 트윈스 거포 유망주 이재원을 꼽았다.
"홈런을 치는 재능으로 보면 이재원"이라고 말한 박병호는 "힘이 좋은 타자다. 경험을 쌓으면 충분히 좌측, 우측으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타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병호는 "나는 4차례 타석에 들어서 삼진 3개를 당해도, 홈런 1개를 치면 된다고 생각해 클 수 있었다. 이런 생각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