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앞서 양산 계획을 발표했던 미국 마이크론의 '차세대 D램' 생산 일정이 상당기간 연기될 전망이다. 그만큼 반도체 빅3 업체들의 기술 경쟁도 박빙으로 치열하게 전개될 조짐이다.
D램 시장은 삼성전자가 2002년부터 올해까지 31년째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점유율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경쟁 업체들의 도전과 삼성전자의 응전 여부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커진다.
2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마이크론이 수요 침체와 높은 기술 난도에 막혀 차세대 D램 공정인 10나노급 5세대(1b) 공정의 대량 양산 일정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마이크론은 이달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양산을 예고한 차세대 공정을 한발 더 먼저 출시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하지만 메모리 수요 부진을 이유로 이 같은 생산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공정은 회로 선폭이 더 미세해지므로 이론상 웨이퍼(원판) 한 장당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개수가 더 늘어 생산성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반도체 공급 과잉 문제로 최근 D램과 낸드 플래시 웨이퍼의 투입을 20% 줄이고, 설비투자도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차세대 공정 도입을 연기하면서 마이크론의 '세계 최초' 타이틀은 사실상 의미가 퇴색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내년 상반기 차세대 공정 도입을 예고한 상태다. 이로써 마이크론의 차세대 D램 제품 선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오히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기술 경쟁을 통해 마이크론의 추격을 따돌릴 기회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 공급 과잉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감산보다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위기 돌파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40.7%로 전 분기 43.5% 대비 2.8%포인트(p) 감소했다. 여전히 40%대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쟁 업체들의 추격이 거센 상황이다. 2위인 SK하이닉스 시장 점유율은 27.4%에서 28.8%로 1.4%p 높아졌고, 미국의 마이크론도 3분기 시장 점유율이 24.5%에서 26.4%로 1.9%p 증가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차세대 D램 생산에 필요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가장 먼저 적용해 양산 체제를 갖췄으며, 장비 보유 대수도 D램 업체 중 가장 많아 업체간 경쟁에서 한결 유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를 통해 내년 5세대 D램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최근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 플래시 시장이 급격한 침체를 맞으면서, D램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됐다.
올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 매출의 31%를 차지하는 낸드 시장은 업체 난립과 공급 과잉 우려로 수익을 내기 어려울 지경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제품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특히 최근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을 개선해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최첨단 HKMG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D램(LPDDR5X) 개발에 성공해 판매에 나섰다. 5세대 D램도 내년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