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연극은 보약…뼈대 튼튼히 다시 세우는 기분”

문화
문소리 “연극은 보약…뼈대 튼튼히 다시 세우는 기분”
[인터뷰] 2010년 초연 함께한 연극 '광부화가들' 출연
“분량 짧아도 존재감…예술에 신념있는 인물”
“무대만의 힘…최소 2년에 한번씩 하고 싶어”
  • 입력 : 2022. 12.01(목) 20:22
  • 김부삼 기자
▲배우 문소리. (사진=씨제스 제공)
[김부삼 기자] "연극은 약이에요. 보약과 같죠. 살면서 힘들고 기운이 떨어질 때, 웬만한 약보다 낫죠."
배우 문소리가 1일 개막하는 연극 '광부화가들'로 무대에 오른다. 2010년 명동예술극장 초연 당시 맡았던 미술애호가 '헬렌' 역을 다시 연기한다. 무대는 지난 2019년 연극 '사랑의 끝' 이후 3년여 만이다.
전날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개막 전날인) 지금이 제일 긴장하고 있을 때"라고 빙긋이 웃었다. "그래도 한두 달 무대에 서고 공연이 끝난 후엔 제 안의 뼈대를 다시 잘 세운 느낌이 든다. 무대만이 주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작품은 1930년대 영국 동북부 뉴캐슬의 탄광지대 애싱턴이 배경이다. 좁고 캄캄한 갱도에서 일하며 삶을 꾸려가는 광부들이 매주 한 번씩 열리는 미술감상수업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화가가 되어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는다. 광부화가들의 모임인 '애싱턴 그룹'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제 탄광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잘 알려진 영국의 극작가 리 홀의 작품이다.
미술품을 수집하는 헬렌은 광부들의 그림에 흥미를 갖고 후원을 제안하며 새로운 변화의 손을 건네는 인물이다. 광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분량이 짧지 않냐는 질문에 문소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존재감이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광부들에게 다른 걸 제안하는 극의 유일한 인물"이라며 "추상(화)을 보여주며 다른 경험을 하게 하고, 전업 화가를 제안한다. 후반부엔 광부들의 한계를 짚으며 비판도 한다. 가벼워 보이지 않게 한마디 한마디 정확하고 진실한 말로 전해야 한다.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초연 이후 이 작품이 문득문득 떠올랐다는 그는 꼭 다시 하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엔 귀족인 헬렌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번엔 좀더 가까워졌다.
"초연 때는 즐거웠지만 어려웠어요. 극 중 토미가 그런 대사를 하잖아요. '도대체 노동을 어떻게 그려요?'라고. 당시 저도 '도대체 귀족을 어떻게 연기해요?'하는 심정이었죠. 상상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헬렌이 이혼하고 그림 후원에 일생을 바친 사람이잖아요. 예술에 대한 신념을 가진 사람에 더 초점을 맞췄고 다른 길이 보였죠."
문소리는 "헬렌은 존경스러운 면도 있다"고 했다. "연기도 그래요. 100% 자기 확신이 중요해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신념이 있지 않으면 배우라는 길은 흔들리고 휘청일 수 있죠. 남들과 다른 걸 내가 좋아할 수도 있고, 때론 위험하다고 해도 과감히 해야 할 때도 있어요."
그림을 소재로 하지만 연기라는 예술을 하는 배우로서 공감되는 지점도 많다. 광부들은 그림을 그리며 예술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 던진다. 문소리도 스스로 하던 질문을 이 작품에서 발견했다. "그 답은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일하면서 이 작품이 많이 생각났다. 목적어만 바꾸면 사실 많은 이들에게 해당하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시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다. "뭔가를 보는 건 옛날부터 좋아했다. 딸과도 같이 가고 종종 보러 간다. 최근에 다양한 세대의 한국 여성 미술 작가들을 다룬 책을 읽었는데, 이 작품을 준비하며 제게 많은 영감을 줬다"고 전했다.
번역과 연출을 맡아 초·재연을 이끈 이상우 연출가가 다시 나섰다. 그가 창단한 극단 차이무 출신 배우들이 다시 모인 '동창회' 격이다. 문소리와 강신일을 비롯해 이대연, 박원상, 정석용, 민성욱, 오용, 송재룡 등 차이무 출신들이 함께한다. 문성근, 송강호, 유오성, 이성민, 전혜진 등 걸출한 배우들을 배출한 차이무는 지난 2019년 해단했다.
"이상우 연출님이 자기 생애의 마지막 연출일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모든 일정을 제치고 합류한 배우들도 있죠. 이만한 캐스트가 모이기도 어렵잖아요. 저희에게나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나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16명이 출연하지만 정해진 두 팀이 아닌 무작위로 섞여 공연한다. "배우들이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몰라요. 260여개 조합이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연기할 때마다 출연자가 달라서 새롭게 느껴져요. 이상우 연출님이 워낙 배우의 개성을 존중해주는데, 이번에 더더욱 자유롭게 해줬죠."
문소리는 무대에 꾸준히 서고 싶다고 했다. 지난 2016년 공연했던 '빛의 제국'이 올 봄에 진행한 프랑스 투어에 함께하지 못했다며 매우 아쉬워했다. 국립극단과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가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유럽에서 반응이 좋은 작품"이라며 "내년에 또 유럽이나 미국 투어가 진행될 수 있는데, 성사된다면 저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은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무대에 오를 수 없어요. 깊이 관계를 맺고 힘을 합하는 작업이죠. 앞으로 길어도 2년에 한번씩은 연극을 하고 싶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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