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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대책위)는 이날 오후 이태원 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는 이태원 참사 49재가 열리는 오는 16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희생자 158명 중 유족이 공개 동의 의사를 밝힌 희생자 76명의 영정사진이 안치됐다. 희생자 17명의 유가족은 이름만 공개하는 데 동의했고, 5명은 이름과 얼굴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책위 측은 나머지 60명의 희생자 유가족 의사에 대해선 확인하지 못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유가족 의사가 확인되는 대로 분향소에 영정과 위패가 추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의회 측은 시민분향소를 설치한 목적에 대해 "참사가 일어난 지 40여일이 지나도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 앞에 선 협의회와 대책위는 이제부터라도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희생자를 향한 추모와 애도를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마련한 합동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의 이름과 사진이 없어 일부 유가족과 시민단체 사이에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참사로 딸을 잃었다는 한 어머니는 분향소 설치 전 기자들과 만나 "결혼해서 애를 낳고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 애가 이렇게 가버리니까 누굴 믿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삶의 원동력이 엄마라고 하던 애다. 딸아이가 이렇게 된 것을 아직 친정 부모한테 말 못했다"면서 "그런 자식을 내가 어디서 만나나. 따라가야 하나. 너무 분하고 원통하다"고 말했다.
오후 4시40분께부터 일부 유가족이 희생자의 영정과 위패를 직접 분향소에 올려놓는 등 본격적으로 설치가 시작됐다.
유가족 20여명은 오후 5시12분께 분향소를 가려 놓은 천막이 걷어지자 희생자의 영정을 앞에 두고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아이고 내새끼", "엄마는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하느냐"고 오열했다. 이들은 오후 5시28분께 해가 넘어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분향소 단상 앞에 주저앉아 신음을 내며 자녀의 이름을 불렀다.
고 이모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을 품에 쥐고 "우리 아들이다. 국가가 죽인 아들이다. 우리 아들의 죽음을 영원히 기억해달라"며 "서울시와 이상민은 왜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느냐. 더 이상 존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후 5시30분께 헌화가 시작됐지만, 유가족들은 영정사진 앞에 국화를 내려놓지 못하고 주저앉아 다시 오열했다.
이씨의 아버지 이모씨는 "이제서야 우리 아이들이 여러분을 만나게 됐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 아이들 이름과 영정이 국민들께 공개되는 것은 패륜이 아니다"라며 "이제 여러분이 우리 아이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면서 잘 가라고, 수고했다고,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꼭 추모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나라의 어른으로서 우리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거다. 시간이 가기 전에 진심으로 모든 잘못은 나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씀하라"고 덧붙였다.
이씨 가족은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오는 16일 49재 현장에 찾아와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나는 오늘 이태원이란 곳을 오십 평생 처음 와봤다. 해밀톤 호텔이란 건물을 보고 도저히 내 머리로 이해할 수 없었다. 어른 발걸음으로 몇 걸음 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많은 아이들이 죽었는지 상상이 안 된다"며 "당일 오후 6시30분에 시민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용산구청, 경찰서, 행안부, 서울시는 158명의 눈동자를 똑바로 보라"고 말했다.
이날 분향소에는 고(故)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과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오전 11시께 분향소 설치 전부터 이곳을 찾아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양이원영 국민의힘 의원도 분향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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