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태 기자]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취약계층의 겨울나기가 더욱 힘겨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에너지이용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에너지바우처사업 대상자 중 연간 4~5만 가구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가 수원 세모녀 사망사고 이후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강조하고 있으나 부처간 칸막이와 예산 부족, 사후관리 미비 등으로 사각지대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남양주시병)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에너지바우처 대상자는 83만 가구인데, 이 중 5.5만 가구가 바우처를 발급받지 못해 냉난방비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에너지바우처사업은 정부가 에너지법에 따라 저소득층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전기와 도시가스, 지역난방 비용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복지사업으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에너지바우처 대상가구이면서 바우처를 발급받지 못한 가구(이하 미발급 가구)는 ‘17년 3.1만 가구, ’18년 4.1만 가구, ‘19년 2.8만 가구, ’20년 4.7만 가구, ‘21년 5,5만가구로 ’19년을 기준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예산을 쓰지 못하고 남은 잔액 역시 ‘17년 50억원 수준에서 작년에 317억까지 대폭 늘어났다.

그런데 이들 바우처 미발급 가구의 경우 100% 기초생활수급자로, 복지부에서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각 부처와 지자체간 협업만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해소가 가능함에도 제대로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먼저, 복지부에서 산자부로 명단을 넘길 때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 기초적인 자료만 제공하고 있어 대상자들이 노인인지, 장애인인지, 한부모가족인지 산자부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문자 발송 위주의 정보 전달만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정보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산자부는 연말에 이들 정보를 모두 파기하여 바우처 미발급 가구에 대한 실태조사 등 사후관리 및 조사 등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후관리 및 조사가 없다보니 산자부는 바우처 미발급 가구의 미발급 사유 등도 파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노력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업무를 위탁받아 시행중인 에너지공단에서는 예산 상의 이유로 우편 발송시 주소지 오류로 반송되는 우편물은‘반송보류’처리하여, 수원 세모녀와 같이 주소나 전화번호가 잘못돼 정보제공을 받지 못하는 대상자들에 대한 관리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각지대는 지자체의 노력 만으로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것 역시 확인됐다. 작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바우처 미발급률을 비교해 본 결과, 인천시의 경우 미발급률이 1.29%로 전국 최저 수준인 반면, 울산의 경우 11.1%로 미발급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자부, 복지부, 에너지공단, 지자체의 원활한 협력과 추가적인 예산지원만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사각지대 해소가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용민 의원은 “복지사업은 예산을 확대하는 것 못지 않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복지가 필요한 소외계층이 사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