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 현판이 부착되어 있다. 2022.11.06.

[김부삼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상대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최 서장이 상황이 심각하다는 보고를 인지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정황을 포착해 들여다보고 있는데, 소방당국을 향한 수사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최 서장의 부실한 구조 지휘가 피해확산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며 "실제로 현장에 도착한 당일 오후 10시30분께부터 지휘선언을 하는 11시8분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당시 사고 상황을 재구성하면서 발생 추정 시간인 10시15분으로부터 1시간7분이 지난 11시22분에 인파 끼임이 풀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11시7분께 이미 서울시소방재난본부의 상황보고서에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고, 소방 내부 단체 대화방에도 이 같은 내용이 보고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특수본은 파악했다고 한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최 서장이 적절한 소방 대응 단계를 발령하지 않은 것으로 특수본은 의심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적절한 대응 단계 발령과 구조 지휘가 있었다면 더 일찍 끼임이 풀렸을 것이고, 그렇다면 많은 분들을 살릴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매뉴얼에 따른 응급환자 분류가 이뤄지지 않아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에 1순위 응급환자가 이송되지 못하고, 대신 사망자들이 대거 이송되는 등 당장 조치가 급한 환자들이 계속 방치돼 있었다고도 특수본은 보고 있다.
특히 11시22분 끼임 해소 전까지 소방보다 경찰 인력이 투입돼 먼저 인파를 빼내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도 판단하고 있다.
특수본은 조만간 최 서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사고 발생 이후 임시영안소에 안치된 사람의 맥박이 뛰고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소방 바디캠 영상을 확보해 임시영안소에 안치된 사람에 대해 2분간 CPR(심폐소생술)이 실시됐다가 중단된 사실은 이미 확인했다. 특수본은 실제로 맥박이 남아있었는지, 응급환자가 사망자로 잘못 분류된 것인지 등을 확인 중이다.
다만 소방은 해명자료를 통해 "사망자를 임시영안소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동료 대원의 숨소리를 혼돈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것"이라며 "이후 구급대원에게 심전도 리듬을 측정하게 했고, 측정 결과 무수축(리듬 없음)으로 확인돼 심폐소생술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특수본은 또 지하철 무정차 통과 등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송은영 이태원역장,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는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 등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최 보건소장에 대해선 당초 현장에 왔다가 경찰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당사자 입장과 달리, 애초에 자택에서 현장을 들르지 않고 보건소로 갔다가 직원들과 함께 현장으로 이동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수본은 이날 이태원파출소, 소방청, 서울교통공사, 이태원 해밀톤호텔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해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 "의혹이 제기된다면 (특수본에서도) 확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