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2.28.

[강민재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 도발 이후 연일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대결구도로 치달으면서 '담대한구상' 등 평화적 비핵화 노력에 기반한 대북정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3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북한 군용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해 경기·서울 일대를 휘젓고 다니는 도발을 감행한 이후 공식 회의석상 때마다 고강도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무인기 침범 다음날 국무회의에서는 "더 강도 높은 대비태세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해준 사건"이라며 "북한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 정찰할 드론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선의와 군사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국민들께서 잘 보셨을 것"이라며 전 정부의 유화적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국무회의에 앞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안보상황점검회의 중간 보고를 받으면서는 "(군은) 그동안 대체 뭐한 거냐"고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특히 전날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당시 격추에 실패했다는 점에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지난 28일에는 예정됐던 오찬 일정을 취소하고 비서실과 안보실 참모들과 회의를 하며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하고 보복하라. 그게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지시했다. 나아가 "북한에 핵이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말라"는 등 표현이 한층 강경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할 수 있는 모든 권한과 조치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무인기를 올려보내라고 지시한 데 대해서는 "적을 억제하고 굴복시키기 위한, 확전 위험도 각오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9일에는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찾아가 감시, 정찰, 요격 시스템 등 무기체계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압도적' 전력 구축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은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도발에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 위장된 평화로는 평화와 안보를 지킬 수 없다"며 확고한 대비태세 구축을 강조했다.
이어 같은날 오후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어떤 도발에도 즉각 단호히 응징할 것"을 거듭 지시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등 핵무력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무인기 영공 침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윤석열 정부 첫해에 구상한 대북 인도적 지원, 한반도 비핵화 정책들의 동력은 더욱 약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 비핵화의 완성이 아닌 시작점부터 상응하는 조치들을 이행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9월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하며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남북 대결 구도가 굳어지면서 담대한구상이 사실상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반도, 특히 대북 정책의 평화와 비핵화는 북한에 있어서의 의미있는 진전뿐만아니라 북한의 상징적 조치만 있더라도 필요한 지원을 할 것"이라며 "그건 변치 않는 우리의 외교 구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합의 정신까지 위배하며 도발이 계속되는 한, 이를 참으라는 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굴종을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의 원칙은 별도"라고 했다.

강민재기자 iry327@sudokwon.com 강민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