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월북몰이를 한 혐의를 받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02.

[김부삼 기자]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보석 심문기일이 이번 주에 열린다.
서 전 실장 측은 최근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까지 이 사건 관련 피고인들이 모두 불구속 상태이고, 일부 피고인은 첩보 삭제와 관련해 '서 전 실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어 방어권 보장을 위한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박정길)는 오는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 전 실장의 보석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오는 20일 예정된 첫 공판준비기일 전에 보석 심문부터 진행되는 것이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22일 서해상에서 숨진 고(故) 이대준씨가 피격됐다는 첩보가 확인된 후 이튿날인 23일 새벽 1시께 열린 1차 관계장관회의에서 합참 관계자들 및 해경청장에게 보안 유지 조치를 지시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날 피격 사망 사실을 숨긴 상태에서 해경으로 하여금 실종 상태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한 혐의도 있다. 피격 및 시신 소각 사실이 알려질 경우 쏟아질 비난을 우려해 보안 지침을 내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 전 실장에겐 이후 피격 사망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뒤에는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가도록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서 전 실장 측은 이 사건으로 지난달 9일 기소됐고, 같은 달 23일 법원에 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박 전 원장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이 사건 관련 피고인(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 중 서 전 실장만 구속 상태다. 서 전 실장 측은 보석 심문에서 이런 점을 부각해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서 전 장관이나 김 전 청장이 한 차례 구속 후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배경에 '서 전 실장이 보안유지 지시를 내려 첩보를 삭제했다'는 등 진술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피고인들 사이 진술이 엇갈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구속 상태로는 수만 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서 전 실장과 면밀히 검토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서 전 실장과 함께 박 전 원장, 서 전 장관, 김 전 청장, 노 전 비서실장 사건을 모두 병합해 심리한다. 20일 열리는 첫 공판준비기일에는 모든 피고인들 측 변호인이 재판에 참석한다. 다만,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직접 출석 의무는 없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