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조희동 기자] 군수는 행정가이다. 정치는 얼렁뚱땅 넘겨도 되지만 자치단체장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데 방점을 둔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은 정부를 상대로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하고 호통치는 말을 해도 면책특권 범위가 있어 아무런 책임이 없지만, 자치단체장은 행위 하나하나에 모든 책임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출직이면서도 법적인 제재를 받는 것이 단체장과 국회의원의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치단체장은 정치적 영역이 아닌 행정을 중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행정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다르다.

그러나 요즘의 지방자치단체를 보면 주민자치는 흔적은 거의 찾을 수가 없고 인사권을 쥔 군수 왕국을 건설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민주적 선거제도를 통해 대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정당 공천제가 도입돼 이러한 부작용을 불러온 것이다. 다시 말해 중앙 정치권의 예속화다. 정치를 하려면 권모술수가 능해서 감언이설로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 소통이 되지 않던 시절의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옹진 군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바쁜 일정 속에 거품은 여기저기서 크게 일고 있었지만 이뤄낸 속은 알차지 못하다. 특히 옹진군의 예산 17%, 20%에 가까이 쓰는 해양수산 분야와 농업 분야를 혁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옹진은 해양수산, 농업, 관광이 군민의 전부이며 최고의 자원이고 갈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이들 부서의 예산 합이 25%에 불과하다. 옹진군의 예산 절반인 50%가 투입되어도 모자라지 않는 분야다.

또 한편으로는 생산만으로 경제적 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까지 등한시됐던 농·수산물의 문제는 판로개척이다. 이를 타개하지 못하면 망망대해에서 거친 파도에 생사를 넘나들며 고생하는 어민, 땡볕 아래에서 죽어라 고생하는 농민들보다 여름날의 그늘에서 노래만 하는 배짱이 중간 상인들의 농간에 놀아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농·수산물이다.

하지만 옹진군은 이런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아무런 대책 없이 농·수산물 유통은 내팽개친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세월만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핑계거리는 많겠지만 군정의 목표 지향점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이와 함께 군 행정의 기본 틀이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경제정책의 투자 유치와 유통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업무별로 틀을 짜고 전문성을 키워내야 하지만 옹진 군정은 짜깁기 흔적만 있을 뿐 창의적인 게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업무 중복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농업기술센터와 농정과, 사회복지과 복지정책과, 수산과 해양시설과 등이 그렇다. 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일수록 효율성을 감안한 중장기적 군정 설계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임기 4년의 군수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행정을 하면 차별화는 물론 우매한 군민들만 불쌍하게 되는 것이다.

옹진군은 비젼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도서지방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이기 때문에, 청정지역의 친환경 농·수산물로의 브랜드화 또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활용하여 군민들의 소득증대를 꾀하겠다는 비젼을 제시해야 한다. 기본 기둥 위에 대들보를 얹어 놓고 서까래를 걸쳐 집을 짓는 것처럼 군정의 목표 지향점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야 한다. 이러한 비젼도 없이 3만 군민 시대를 외쳐봐야 헛구호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개혁 마인드가 높다고 해도 그 열망과 현장에서의 실효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2만여 군민이 함께 손을 잡고 뛰면서 행정의 뒷밭침으로 효율성을 배가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기획예산과는 군정의 컨트롤타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기관인 국장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는 기획예산실로 기획실장이 서기관이었다. 따라서 군청직원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라고 할 수 있었으며 전문행정의 달인만이 갈 수 있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옹진군은 지금까지 그 중요한 자리를 나눠먹기식 인사로 일관하지는 않았는지를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

군수 자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가 아니다. 군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군정의 설계도를 그리고 그 자리에 주춧돌을 놓고 후임자들이 벽돌 하나하나를 정성껏 쌓아 갈 수 있도록 초석이 되어줘야 한다. 즉 장기적 관점에서 행정의 틀을 짜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유명한 감독이 되어야 한다. 유명한 배우가 없어서 감독이 직접 배우로 출연, 연기까지 하겠다는 것은 조직력을 무너뜨리는 행위일 뿐이다.

행정의 조직력을 살려 탄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장거리 경주에서 가장 훌륭하고 이기는 셈법이다. 부단체장의 영역이 별도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산 총괄관리관은 부군수일 것이다. 유가증권 관리 계획을 세우고 군정 재산이 축나지 않게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폐해는 군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정치가 군수는 부군수 영역을 잘 활용해야 하고, 행정을 하는 부군수는 정치가 군수를 잘 활용해야 군민이 편하고 군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행정과 정치는 분리되어야 하며 일맥상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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