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아래 수백구 유해…제주 4.3사건 담은 ‘섬 이야기’

문화
활주로 아래 수백구 유해…제주 4.3사건 담은 ‘섬 이야기’
  • 입력 : 2023. 03.26(일) 18:15
  • 김부삼 기자
▲'섬 이야기' 포스터. (사진=극단 크리에이티브 VaQi 제공)
[김부삼 기자] 제주 섬 공항의 활주로 아래에서 70여년 만에 수백구의 유해가 발견된다.
누군가는 그 유해를 통해 70년 전 갑자기 사라진 가족을 찾기도 한다. 유해는 공항뿐만 아니라 섬 곳곳 땅 아래에 묻혀있다. 그 몸의 흔적이 땅 위로 하나둘 올라오면서 이 섬에서 일어났던 학살과 저항의 기억이 현재로 밀려온다.
지난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초연한 '섬 이야기'가 4월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지금은 제주국제공항이 된 옛 정뜨르 비행장의 유해발굴 작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국가폭력으로 다수가 학살된 사회적 배경에서 나아가 그로 인해 사라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묻혀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 관객과 만난다.
크리에이티브 VaQi가 제주 4.3 사건을 주목하며 공동창작한 작품이다. 지난해 초부터 아티스트들이 제주를 방문하며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공동창작을 통해 그 과정에서 주목하고 마주한 질문을 담았다. 올해 공연을 위해 창작진들은 제주도를 다시 방문해 생존자들을 만났고 소리와 영상, 오브제 등을 초연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완성했다.
이경성 연출은 "유가족들은 사라진 아버지의 '뼈'를 손으로 만질 수 있었을 때 비로소 아버지에 대한 학살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찾기까지 70년 세월 동안 가족들은 연좌제와 가난으로 차별과 멸시를 받았다"며 "다시금 그 죽음과 사라짐을 생각한다. 오늘날 무차별적인 죽임을 당한 그들의 죽음을 기억한다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닐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연을 통해 죽은 자들의 침묵을 만날 수 있게 됐을 때 그건 관객 한 명, 한 명과의 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재공연이 얼굴 없는 얼굴들을 지금 여기 관객의 앞으로 인양해내는 '묵상' 같은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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