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허윤기자]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됐던 ‘일산 대화동 예비군훈련장 이전 촉구결의안’이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반대로 본회의에서 부결돼 빈축을 사고 있다.

3일 시의회와 여·야 시의원들에 따르면 국방부는 파주 예비군훈련장과 송포동 예비군훈련장을 폐쇄하고 현재13만7244㎡의 대화동예비군훈련장에 500억 원이 넘는 비용으로 확대·통합한 과학화훈련장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는 2018년8월 과학화훈련장추진을 본격화하면서 20억 원이 넘는 설계비를 들였고 2021년10월과 2022년7월 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2019년5월부터 대화동주민들을 중심으로 가칭 군부대이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해 1500명이 넘는 주민서명을 받는 등 이전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시의회에서도 2005년부터 현재까지 수차례에 걸쳐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이전은커녕 대화동으로의 확대·통합이 본격화되자 발등에 불 떨어진 격이 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운남 시의원(일산3동·대화동)은 지난해 3월에 이어 지난1월6일 제270회 임시회 본회의 시정 질문을 통해 국방부의 과학화훈련장추진에 따른 예비군훈련장 이전의 시급성을 역설하고 이를 막기 위한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예비군훈련장 이전을 계획한다면 국방부에 부대이전 및 협의요청서를 보내야 과학화훈련장으로의 전환을 멈출 수 있다”며 시장의 의견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동환 시장은 분명한 뜻을 알 수 없는 답변을 하면서도 “예비군훈련장은 경제자유구역 및 JDS지구개발이 된다면 중심에 위치해 중장기적으로 도시외곽으로 이전 재배치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과학화사업이 부대이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군부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정한 시기에 훈련장이 이전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도 답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는 지난달17일 제272회 임시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일산 대화동 예비군훈련장 이전 촉구결의안’이 여·야 이견 없이 통과됐다.

하지만 지난달28일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 이철조 시의원 (일산1동, 탄현1·2동)이 “민감한 사안이고 대안이나 문제점, 의원들 간 충분한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에 나섰다.

결국 찬반토론 끝에 표결에 들어가 출석의원 32명 중 찬성 15명, 반대 16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상임위에서 이견 없이 통과된 촉구결의안이 본회의에서 반대에 부딪쳐 부결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알려졌다.

특히 주민민원에 따른 민감한 촉구결의안인데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전체 시의원 반대에 따라 여·야 정쟁에 의한 '희생양'으로 비춰지면서 국민의힘을 향한 주민반발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찬반은 여·야양당간 당대당 표 대결로 이어졌다. 민주당이 17석 중 2명이 개인적 이유로 불참한 상태에서 찬성15표, 국민의힘이 17석 중 1명이 기권한 반대16표를 나타냈다.

더구나 이철조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반대의사를 나타내자 상임위에서 찬성했던 국민의힘 의원조차도 본회의 표결 전 '자기부정'하듯 반대를 촉구하는 문자를 같은 당 시의원들에게 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시의원은 국제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과 협치 하고자하는 마음에 상임위에서 동조하듯 찬성했고 그동안 많이 양보했지만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생각에 반대를 독려했다”고 말했다.

상임위에서 찬성했던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시의원은 “문자를 보고 당황했으나 당원으로서 찬성하면 안 될 것 같아 마음은 복잡했지만 반대표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부결소식에 이전추진위 한 위원은 “추경예산 안이나 신청사 이전 등 여러 사안 때문에 여·야가 나뉘어 갈등을 빚고 시의회와 시장, 또 민주당과 시장이 서로 못 잡아먹어서 난리라더니 결국 정치인들이 시정을 다 망치는 것 같다”며“경제자유구역이니 시 발전이니, 시민을 위하니, 말로만 떠들면서 도심한복판에 군사시설이 들어서는 것도 정쟁 때문에 한목소리를 못 내니 한심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고양/허윤기자 hu1103@sudokwon.com 고양/허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