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태 기자] 미 정부의 한국 국가안보실 불법 도청에 대한 상황을 진단하고 의미를 파악하여 향후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책을 제언하기 위한 긴급 토론회가 개최된다.

국회 김홍걸 의원(무소속)은 오는 4월 2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美’ 정부의 불법 도청파문 : 진단과 대응‘ 긴급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한국을 불법 도청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보고서가 포함된 기밀 문서가 유출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 보도를 보면 유출된 문건 중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실 외교비서관 사이에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과 관련하여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문건이 존재하며, 문건의 정보 출처가 도청 등의 수단을 의미하는 ‘신호정보(SIGINT)’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추가 유출된 문건의 내용에서는 한국산 포탄 수송계획 일정이 기입되어 있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해당 문건에 담긴 내용은 미국 정부가 전화와 각종 메시지 도청을 통해 확보했다”라고 정보의 출처를 단언하였다.

국가 안보의 최종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의 보안이 미국에 의해 무력화되었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불법 도청 여부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과 이에 따른 신속한 재발방지책 마련 등 정부 차원의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해당 사건 발생 이후 재발방지책 마련 대신 사건이 가져올 여파에만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혹은 왜곡해 동맹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들로부터 저항을 받을 것”이라며 오히려 도청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국내 여론을 겁박하고, “유출된 내용의 상당수가 위조되었음을 확인했다”며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해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불법 도청 의혹의 당사자인 미국이 한국 관련 문건 유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이런 종류의 문건이 공공 영역에 유출된 것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고 밝힌 입장과도 상충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여러 외신들도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만회하기 위해 미 불법 도청 의혹에 대한 전문가 차원에서의 면밀한 분석과 대응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국회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홍걸 의원과 김경협 의원∙박정 의원이 미 불법 도청 상황을 냉철히 진단하고 적합한 대응책을 마련하여 제언하기 위해 이번 긴급토론회를 공동주최, 전문가들을 모시고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왕선택 박사(전 YTN 통일외교전문기자)가 좌장을 맡아, 김종대 전 의원이 ‘용산의 구조적 취약성과 정보 주권의 상실 위험’, 서남열 안보평론가(스마트국방포럼 대표)가 ‘미국 정부의 불법도청 사건 평가와 대책’, 김철우 안보정책융합연구소장이 ‘미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 정보 프로세스 진단 및 대책’을 주제로 각각 토론에 나선다.

김홍걸 의원은 “미국의 불법 도청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대책 마련 대신 국내 여론무마에만 급급한 상황”이라며“설령 우방국이라고 할지라도 이번 도청과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를 통해 미 불법 도청에 대한 현실을 냉정히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제안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라고 말했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