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허윤기자] 경기 고양시의 집행부와 시의회가 서로 시민을 위한다면서도 남 탓을 하며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7일 시와 시의회, 지역정가에 따르면 지난15일 오전10시부터 시의회는 제279회 제2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에서 상정된 조례안을 비롯해 내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사안은 고양시의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래 유례가 없었던 초유의 사태로 집행부에서 제출한 업무추진비예산 전액삭감에 대한 통과여부였다.

그러나 예결위에서 각 상임위 원안대로 삭감된 집행부의 26억여 원의 업무추진비 예산은 본회의에서 이견 없이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 17명, 국민의힘 17명 등 동수인 시의회에서 국민의힘 1명의 시의원이 불참했지만 여·야 시의원 33명이 찬성하면서 가결된 것이다.

같은 시간 고양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는 이동환 시장을 비롯한 박원석 제1부시장, 이정형 제2부시장, 실·국장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시장은 간부들과 함께 시의회에서 열리고 있는 본회의를 보이콧 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의회의 예산안 삭감을 강력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원칙과 상식 없는 예산심사 멈춰야’한다는 회견문을 통해“원칙과 상식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예산심의로 더 이상 공직자와 시민이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장은“취임 초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한‘시장발목잡기’가 시작됐고 그 주요 타깃은 예산”이라며.“시장 발목잡기에 골몰하고 표적삭감·파행을 반복하고 있다. 재의요구도 불사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원당역세권 일원 종합발전계획 수립 등 여러 건의 연구용역비 삭감에 대해서는 ‘논리적인 모순’이라고 일갈했다.

업무추진비 관련해서는 “업무추진비는 국제교류, 특례시 협의 등 상급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시 권한을 확대하고 위상을 정립하는 예산도 포함 된다”며“그러나 사무실 운영비, 공공시설 유지관리 등 꼭 필요한 예산까지 업무추진이라는 이유로 전액 삭감시킨 것은 시장의 손발을 묶겠다고 시정까지 마비시켜 버리는 비상식적인 심사”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이익이 중요시 되고 있는지의 여부로 시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재의요구 권 행사도 불사할 것”이라고 정상적인 예산심사를 촉구했다.

시의회는 즉각 반응했다. 이날 시의회는 보도 자료를 통해 “이번 제2차 본회의는 2024년도 예산안 의결 등이 예정된 중요한 자리였으나 이동환 시장은 본회의가 열리는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본회의에 시장 본인을 비롯한 시 간부 공무원 전원이 불참해 의회와 항상 열린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고 일관되게 답변했던 이동환 시장 본인의 말을 무색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또 “의회가 예정돼 있는 날에 회의에 불참하며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에 강한유감을 표명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정가에서는 고양시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도 예산갈등 끝에 준예산 파동까지 겪게 해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줬으면서 또 다시 반복하는 것은 시민은 안중에 없는 정치로 앞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시장이나 시의원들이나 말은 시민들을 위해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상대방이 굽히고 들어오도록 ‘가오’만 잡는 것 같다”며“지금은 시민들이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지만 때가 되면 다 알게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당원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느껴지는 것이 이 시장의 정치력에 대한 의문이다”며“국민의힘 시의원 만해도 17명으로 같은 편이라 할 수 있는데 한명 빼놓고는 편들어 준 사람이 없냐. 지자체라 해도 사실상 정당정치인데 지금까지 여야가 한 몸이 돼서 일사분란하게 일방적으로 집행부와 싸우는 것은 처음 본다”고 꼬집었다.

고양/허윤기자 hu1103@sudokwon.com 고양/허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