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김종돈 기자] 최근 서울의 모 예식장에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결혼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부측, 신랑측 축의금 데스크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진 것이다.
이미 예식은 시작되었고, 신부 입장을 앞두고 모든 하객이 예식장 안으로 입장한 뒤라 로비에는 축의금을 받는 인원들과 뒤늦게 도착한 하객 몇 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신랑측 축의금을 접수받던 한 남성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아! 2만원!’
상황을 확인해보니, 축의금 봉투에는 1만원짜리 두 장이 들어 있었고, 축의금을 낸 사람이 식권 두 장을 챙겨서 이미 연회장으로 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예식이 시작되었고 축가가 흘러나오는 예식장 밖에서 축의금 접수자들이 그 남성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인상착의도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혼주 측에서 확인해보니, 그 남성은 가족들 중에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코로나 종식 이후로 대면모임 제한이 해제되고 예식이 급증하면서 이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인척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환담을 나누느라 축의금 접수대는 말 그대로 공백상태가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축의금 접수를 혼주측 친인척이 도맡아 하는 편이라, 신랑이나 신부의 직장 동료, 학교 선후배, 사회 동아리 모임 지인들은 그 인상착의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혼주측 부모, 예식 당사자가 축의금 접수대 옆으로 도열하면서 하객들을 맞이하고 축의금 접수대로 안내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예식이 시작하기 전에 하객들을 찾아다니며 도란도란 대화하는 일이 많아진 틈이 생긴 것이다.
예식장 측에서도 이런 상황을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답변이다. 혼주들이 일일이 하객들을 챙기고 확인하지 않는 이상, 예식장 측이 개입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보통 뷔페식으로 연회를 준비하는 편인데 식대도 급증하고 있다. 일반 뷔페식 식대가 1인당 6만원에서 8만원, 호텔식은 12만원에서 20만원까지 다양하게 책정된다. 가령, 2명 가족의 하객으로 방문할 경우, 축의금 10만원으로는 식대를 충당하기도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이른바 ‘뷔페식사 도둑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혼주들이 현장에서 하객들을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살피며 안내하는 지혜도 필요하겠다.
아울러 온라인 입금으로 축의금을 보내는 게 보편화된 만큼, 요즘 변화하는 연회장 문화를 인지하고 혼주와 하객들 모두 서로의 편의와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김종돈 기자 kimjd2020@naver.com 서울/김종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