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태 기자]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한 법정제재가 직전 같은 기간보다 47배 급증하는 등 비판적인 언론탄압 기구로 기능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천 남동을)이 2일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방송 심의 의결내역’을 분석한 결과, 2023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기간 중 류희림 위원장 취임 전(2023년 1월1일~9월7일)에 비해 취임 후(2023년 9월8일~2024년 5월31일)에 ‘보도교양’ 부문에 대한 법정제재가 14건에서 67건으로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취임 전 기간에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을 보면 14건 중 1건만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도였고, 13건은 심의규정을 위반한 광고성 방송 등이었다. 하지만 류 위원장이 취임한 후에는 67건의 법정제재 중 47건이 정부‧여당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보도였다. 비슷한 기간 동안 류 위원장 취임 후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한 법정제재가 47배 급증한 것이다.

반면, 정부‧여당에 우호적이거나 유리한 보도가 법정제재를 받은 사례는 류 위원장 취임 전후를 통틀어 1건도 없었다. 류희림 방심위 체제에서 유독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서만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정성’과 ‘객관성’이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류희림 위원장 취임 전에는 공정성‧객관성 위반으로 법정제재를 받은 경우는 단 2번 뿐이며, 2건 중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은 1건뿐이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와 제14조에 각각 규정된 공정성과 객관성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심의기관이 제재를 남발할 경우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최소한으로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류 위원장 취임 후에는 공정성‧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은 42건으로 급증했다. 그리고 이중 39건이 전부 정부‧여당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내용을 방송한 경우였다. 류희림 위원장이 정권 비판적인 보도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당 조항을 남용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공정성과 객관성 규정은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인용보도들에 대한 대규모 민원 신청을 처리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발언처럼 논란의 여지가 큰 사안에 대해 무더기 법정제재를 가하는 데 악용되었다.

류희림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17일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을 해촉한 뒤 하루만에 보궐 위원으로 임명되었으며, 그해 9월8일 위원장으로 호선되었다. 이후 류 위원장 체제에서 방심위의 심의기능이 변질되었으며, 특히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으로 방심위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훈기 의원은 “류희림 위원장은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정권에 불편한 방송을 앞장서 탄압해왔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증명됐다”며 “류 위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표적심의와 편파징계,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