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태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이뤄진 과기정통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시병)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디지털개인정보보호의 수호기관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다. 그런데 태극기부대 성향의 검찰수사관 출신이 원장으로 임명된 것은 법치 대신 인치에 의존하는 윤석열 정부의 검찰인맥 관리차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 디지털 민생범죄인 스미싱, 악성앱, 개인정보 불법유통 등 민생범죄는 폭증하지만 관련 예산은 제자리

최근 5년간 스미싱, 악성앱 탐지 및 예산현황 추이를 보면 금년 8월까지 스미싱은 2023년의 두배, 악성앱은 무려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하지만 예산은 5년 동안 동일하게 574백만 원이다. 앞으로도 스미싱 및 악성앱 탐지가 폭증할 것으로 보이는데, 예정된 2025년 예산도 동일하게 574백만 원으로 제자리다. 스미싱 및 악성앱은 대표적인 민생범죄다. 이러한 디지털민생범죄는 향후에도 폭증할 것이 분명히 예상되는데도 관련 예산이 제자리 걸음을 할 경우 대응 가능한지 의문이다.

■ 디지털개인정보보호 수호기관의 기반이 흔들린다. 인터넷진흥원 최근 퇴사자 급증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인터넷진흥원 5년간 퇴직 추이를 보면 2023년부터 급증했다. 금년에도 이미 42명이 퇴직(이직)했다. 석박사는 현재 332명 중 21명이 이직했는데 비율로 보면 금년에만 벌써 6.3%가 퇴직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디지털민생침해사범이 폭증함에도 이에 대처할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떠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은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디지털개인정보보호의 공백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의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 국정감사에서 “디지털민생사범은 폭증하고 있는데 반해 관련 예산은 제자리고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석ㆍ박사급 전문인력의 퇴사자가 급증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렇게 되면 디지털개인정보보호의 수호기관으로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근간이 흔들린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디지털개인정보보호기관장에 검찰수사관 출신이 임명된 것은 어불성설

검찰청 퇴직은 4급으로 했지만, 사실상 5급 수사관 출신인 이상중 원장이 차관급에 해당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에 취임했다. 역대 원장들이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최소한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었는데 반해 검찰수사관 출신의 이상중 원장 취임은 윤석열 정부의 깜짝 발탁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동영 의원실에서 확인한 자료를 보면 대검찰청과 이상중 원장의 마지막 근무처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중 원장의 근무기간이 겹쳐지고, 또하나 중요한 것은 2012년 대선에서 불거진 국정원 여론조작사건을 수사한 2013년에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원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으며, 이상중 원장은 ‘국정원 댓글조작사건’ 수사는 자신이 직접 수집한 정보에 의해 착수됐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로 미루어볼 때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중 원장이 과거에 서로 아는 사이였음을 추론할 수 있다.

이상중 원장은 취임 직후에 페이스북을 닫았다가 1월 28일 다시 재개했다. 지금도 여전히 1월 28일 이전의 게시글은 닫혀있다. 캡처한 페이스북에는 이재명 대표 구속을 주장하는 현수막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어 올리고 “XX이 풍년이다”는 제목으로 이재명 대표 단식을 폄하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원장 취임 직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페이스북 글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의원은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정권은 법치 대신 인치정권이다”고 규정하고 “검찰수사관 출신을 인터넷진흥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3급인 김대남 대통령실 전 행정관이 SGI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에 임명된 케이스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국정원 2인자인 기조실장에 검찰 특수통 부장검사 임명 등 해당 기관의 전문성과는 무관한 검찰 출신 인사들을 주요 감찰기관에 을 임명한 것은 집안 식구 챙기기와 감찰기관을 장악하기 위한 이중의 노림수”라고 질타하고 “인터넷진흥원은 정권에 의해 언제든지 국민을 감시하는 흉기가 될 수 있는 디지털 감시로 전환할 수 있는 인프라다. 이 디지털인프라 기관장에 검찰 수사관 출신을 차관급에 파격적으로 발탁한 것은, 현 정권이 법치 대신 인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명백한 사례다”고 하였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