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 경기남부 취재본부장]

“오늘 오후 쓰고 있던 법인기업 현금카드 IC칩 불량으로 제 발급 받으려고 은행에 갔습니다.” “은행이 요구한 구비서류는 처음 신규통장 개설만큼이나 많은 서류를 요구하고 쓰라고 하더군요.” 라는 한 제보자의 말이다.

요즘은행 직원은 ‘갑’ 고객은 ‘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고객은 창구에 앉은 직후부터 1시간 동안 은행직원의 질문에 답하고, 10장이 넘는 온갖 서류에 대해 일일이 설명을 듣고 서명을 해야만 통장이나 카드를 받을 수 있는 게 지금의 실정이다.

문제의 팩트는 법인기업이 4년 넘도록 쓰던 은행현금카드 IC칩 불량으로 제 발급 받으려고 은행에 갔다. 은행에서 요구하는 서류는 무려 5가지가 넘고 고객을 ‘보이스피싱’ 범죄자로 바라보는 은행직원들의 불친절한 작태는 이미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 했을 일이다.

고객의 은행 거래한 전산 내역만 봐도 정상인 법인기업이란 걸 확인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고객에게 불필요한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 계속해서 4년간 쓰던 카드가 사용량이 많아 IC칩 불량이 되면 기존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재발급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카드사용으로 발생한 수익은 은행이 챙기고 그 부담은 고객에게 주는 이런 일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은행에서 요구하는 서류 중 국세청에서 발급한 사업자등록이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최근 추가로 사무실 임대계약서를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증을 만들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사무실 임대계약서를 제출하게 되어있다. 그런데도 은행에서는 사업자등록증도 받고 민감한 보증금 및 월세 내역 같은 정보가 기제 되어있는 사무실 임대계약서를 따로 또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불신이 불신을 낳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의 서류도 못 믿어 따로 고객의 사무실 임대계약서를 받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어 그런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정부차원에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금감원은 철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세무서와 은행을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상적인 사업자등록증인지 무늬만 사업자등록증인지 공조가 필요한 부문이다. 대포통장을 만들기 위해 가짜로 서류를 만드는 것을 세무서에서 조사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실적이 없는 사업자에 대해서 ‘블랙리스트’ 작성해 그 자료를 은행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제출서류를 간소하고 하고 경제 흐름을 원활이 하겠다는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언급하고 있다. 국무회의를 통해 기업의 서류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금감원과 은행은 정부의 방침은 아랑곳없이 추가적인 규제와 서류제출만 늘리고 있어 국민과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게 현 실정이다.

은행을 찾는 고객과 국민 다수를 상대로 범죄자 취급하는 은행원의 자태는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고 사회경제를 가로막고 있다. 은행원의 한결같은 변명은 “대포통장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금감원의 지시사항”이라는 말이다. 그 지침에는 여러 문구 중 가장 황당한 내용은 맨 마지막 줄에 적혀 있는 “해당 직원의 판단 하에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개설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자기들 마음대로 통장개설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정부는 즉 ‘빈대 잡으려고 초간 삼간을 모두 태워 버린다.’ 라는 조치이다.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에 의한 범죄피해가 심각 하다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정상적인 은행을 이용하는 국민을 상대로 규제만으로 해결 하려는 금감원의 안일한 생각은 고심과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서태호 경기남부 취재본부장 thseo113@hanmail.net 평택/조항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