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이동하고 있다.

[강민재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일주일 동안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며, '일 잘하는 조직' 구성을 위한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청와대 집무실을 거부하고 민정수석실 폐지를 추진하는 등 구체제와 결별하고 새로운 정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통의동 집무실 첫 출근일인 지난 14일 일정은 그의 지난 일주일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오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주요 관계자들과 차를 마시며 인수위 운영방향을 논의한 그는 곧장 남대문시장에서 소상공인을 만났다. 실무와 현장의 균형있는 배분을 통해 윤 당선인은 시민과의 소통에 인색했다는 비판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과 자신을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남대문시장·산불 현장으로…시민들과 직접 소통
매일 오전 8시 인수위 관련 브리핑 중인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의 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현장' '소통'이다.
문 대통령과의 회동이 연기된 16일 윤 당선인은 통의동 집무실 인근 식당에서 인수위 관계자들과 식사를 했다. 집무실에서 도보로 2분 정도 걸리는 식당에서 밥을 먹은 그는 통의동 거리 약 900m를 산책하며 시민과 인사를 나눴다.
인수위 내부에서는 "역대 대통령 당선인 중 이렇게 긴 거리를 필수 경호만 대동해 움직인 건 윤 당선인 뿐"이라며 자체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현장 방문은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에도 방점이 찍혀있다. 남대문시장과 15일 찾은 산불 현장은 그가 후보 시절 찾았던 곳들이다.
14일 남대문시장을 방문하던 당시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이던) 작년 11월에 '대통령에 당선돼도 꼭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오늘 그분들을 뵙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15일 찾은 경북 울진군과 강원 동해시의 산불 피해 현장도 마찬가지다. 후보 시절 피해 주민들을 만나 "청와대에 있더라도 산불이 나면 헬기라도 타고 와야죠"라던 윤 당선인은 실제 공군2호 헬기를 타고 현장을 찾았다.

◆일 잘 하는 조직 구성…눈에 띄는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
행정 경험이 없는 건 윤 당선인의 큰 약점이다. 후보 시절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질문할 때마다 그는 '실력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의 이같은 다짐은 인수위 인선에서도 확인된다.
기획조정분과 위원으로 발탁된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회계전문가다. 저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에서 그는 쌍용차 해고 사건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등을 분석하며 이목을 끈 바 있다.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로 임명한 최상목 전 기재부차관은 행정고시 합격 후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를 거친 경제통이다.
이날 특별고문으로 인수위에 합류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장관, 임태희 전 한경대 총장,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모두 행정고시 합격으로 오랜 기간 공직에 몸 담았던 인물이다.
상징성을 내세운 보여주기식 인사보다 경험이 풍부한 실무형 인물을 중심으로 인선은 진행 중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등 舊체제 탈피…"청와대 갈 가능성 제로"
윤 당선인은 우리나라 최초로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는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국민들과 소통되지 않는 청와대에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기존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며 "워낙 청와대라는 곳이 구중궁궐로 느껴지기 때문에 들어가면 국민들과 접점이 형성되지 않았고 이는 소통문제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에 집무실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건 그 자체로 과거의 체제에서 탈피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는 것 역시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규범과 규칙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 규모를 줄이고 대신 책임총리, 책임장관의 독립적인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민재기자 iry327@sudokwon.com 강민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