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통화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부터 40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그레고리 믹스, 마크 타카노, 수잔 델베네,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앤디 킴 등 5명의 하원의원과도 인사를 나누고 외교, 국방, 기술협력, 청년, 기후변화 등 이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게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약속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발전시키는 데 미국 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펠로시 의장 일행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을 주목하면서 "이번 펠로시 일행의 방문이 한미 간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순방이 끝까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먼저 윤 대통령이 휴가 중에 시간을 내 통화하게 된 데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한미동맹은 여러 관점에서 중요성이 있지만 특히 도덕적으로 볼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을 양국이 반드시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앞으로 한미 간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함께 강구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 측은 동아시아 순방을 계획하면서 한국 측에도 윤 대통령과의 면담이 가능한지 문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휴가 기간과 겹치는 데다가, 당시 지방 일정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면담이 어렵겠다고 양해를 구했고, 펠로시 측도 이해한다고 답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펠로시 의장이 한국을 방문한 데 대한 환영의 메시지를 전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에서 여러 방식을 고민했고, 양측의 기존 일정에 큰 변동을 주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전화통화로 의견이 모아지게 됐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이 없을 거라는 건 상대방도 알고 동아시아 순방에 나섰는데, 그 이후에 아쉬우니까 다시 만나자고 갑자기 제안하는 것은 결례"라며 "식사 일정이 나오지 않고, 따로 만나면 휴가 방침이 깨지는 것이어서 여러 옵션 생각한 결과 통화는 좋지 않겠냐 (결론 냈다)"고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도 (이날) 아침에 통화가 결정된 이후에 통화를 준비했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게 포착됐다"며 "일반적인 통화보다 더, 마치 눈으로 보면서 회담을 하는 기분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날 통화에서는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과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력, 우크라 사태 협력,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의 공급망 문제 등을 미국 의회가 어떻게 입법으로 뒷받침할 것인지 등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끝내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만을 방문하고 온 파장,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일종의 거리두기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영범 홍보수석이 "총체적 국익을 고려한 것"이라는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처음 듣는 표현이라, 짐작하건데 전화로라도 먼 곳에서 온 손님에게 따뜻한 말을 하고, 상대방은 스피커폰으로 배석자들 인사하고 싶다고 했다"며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차원에서, 마치 확대회담처럼 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되는 게 아니겠냐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부연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직접 면담은 하지 못했으나 그에 못지 않은 일정을 가지는 것으로써 한미동맹을 과시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은 해석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랑 (펠로시 의장) 안 만난 거는 중국을 의식한 게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물론 미국 측 인사들도 대만 문제는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 인권 관련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집에서 편안한 복장에 머리도 손질하지 않은 모습으로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펠로시 의장은 통화 중간 중간 '패밀리 퍼스트'라고 말하며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 만나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는 전언이다.
 |
| |||||
<저작권자 ⓒ 수도권일보 (www.sudokwo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