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30여 개 교원·학부모단체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만 5세 초등취학은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며, 입시경쟁을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학제개편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2022.08.01.

[김부삼 기자] "이거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생각한 건지……."
새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꺼낸 이후 파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세종정부청사 안팎에서 만난 취재원들은 출입처 현안보다도, 이번 논란을 가장 먼저 입에 올리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미혼자인 제 입장에서도 당장 초등학교 입학이 1년 앞당겨지면 아동들의 적응 문제부터 더 빨라지는 사교육, 방과 후 돌봄 문제, 특정 학년의 불이익 등 혼란이 커질 상황이 쉽게 그려졌습니다.
사실 학제 개편은 그리 새로운 화두는 아닙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역대 정부에서 한 번씩 꾸준히 논의가 불거졌지만, 학부모·교육계의 반발과 과다한 사회적 비용 우려 등으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지요.
그때도 지금도 반대의 이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듯한데요. 10여 년 전 해당 주제를 다룬 논문에서 유아교육의 주체인 교사, 학부모들의 생각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변형영유아교육학회가 지난 2011년 발간한 '만 5세 취학에 대한 유아교사, 초등교사 및 학부모의 인식 조사' 연구 논문입니다.
해당 연구는 2010년 2월 1일부터 27일까지 G광역시와 J도에 위치한 유아교육기관에 근무하는 유아교사, 초등교사, 학부모에 각각 150부씩 질문지를 배부해 84.4%를 회수했고, 이 중 응답이 충실하지 않은 자료 47부를 제외한 343부가 최종 분석 자료로 활용됐습니다.
우선 만 5세 취학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 비율을 보면 유아교사(91.5%), 초등교사(92.7%), 학부모(85.2%) 순으로 높았습니다.
만 5세 취학이 유아에게 부적절한 이유를 대상별로 보면 유아교사의 경우 '집단 학습 형태가 발달적으로 적합하지 않으므로'(43.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초등교사 역시 '집단 학습 형태가 발달적으로 적합하지 않으므로'(29.1%), '다른 연령에 비해 학습능력이 떨어지므로'(29.1%)라는 이유를 먼저 꼽았습니다. 학부모들은 '단체생활 부적응으로 자신감 및 자아 존중감이 결여될 가능성이 있으므로'(35.1%)가 최다였습니다. '집단 학습형태가 발달적으로 적합하지 않으므로'(24.7%)라는 답변도 많았습니다.
만 5세 취학이 부모에게 부적절한 이유의 경우, 유아교사(35.8%)와 학부모(53.6%) 모두 '현재 초등학교 시설 및 환경이 만 5세에게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다만 초등교사는 '사교육이 더 이른 시기에 이뤄질 것이므로'(48.9%)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초등학교 취학의 적절 연령을 묻는 질문에는 유아교사(86.4%), 초등교사(85.5%), 학부모(78.2%) 모두 만 6세라는 답변이 월등히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만 5세 취학으로 유아교사에게 발생할 문제점을 물어본 데 대한 답변을 보겠습니다. 유아교사(60.2%)와 초등교사(55.5%)는 '만 4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초등 취학 준비에 대한 부담 증가'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또한 '교육과정과 실제 교육 운영에 있어서의 괴리'(유아교사 27.1%·초등교사 37.2%)라는 답변도 많았습니다.
학부모는 '교육 과정과 실제 교육 운영에 있어서의 괴리'(48.7%), '만 4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초등 취학 준비에 대한 부담 증가'(42.6%) 순으로 답변했습니다. 아울러 초등교사에게 발생하는 문제점으로는 유아교사(44.9%), 초등교사(56.4%), 학부모(35.7%) 모두 '교수학습보다 안전사고로 인한 긴장감 증대'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만 5세 취학이 저출산 문제 해결 대책으로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는 유아교사(94.9%), 초등교사(98.2%), 학부모(98.3%) 모두 '가능하지 않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골랐습니다.
또한 저출산 문제 해결의 궁극적 방안에 대해서는 유아교사(50.0%), 초등교사(65.5%), 학부모(59.1%) 모두 '국가가 육아를 책임'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해당 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답변자들은 대체적으로 만 5세 입학에 대한 부담이 크고,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견에 공감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지금도 학제 개편안에 대한 반발은 여전히 뜨거운데요. 단순히 공론화 과정이 없는 졸속 발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이 그토록 중요한 것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키운다는 대의 외에도, 당장 우리 아이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부모의 마음과 동심을 좀 더 세심하게 어루만지는 정책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