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2.06.

[김부삼 기자]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전날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의결한 가운데 내부에서 '합의 없는 졸속 심의와 일방적 의결'이었다는 비판이 표출되고 있다.
정대화 국교위 상임위원과 김석준, 이승재, 장석웅, 전은영 비상임위원은 15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14일 국교위는 충분한 토론이 없는 졸속 심의와 일방적 강행으로 교육부가 제출한 심의본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4시 국교위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회의를 열고 교육부가 상정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에 대한 세 번째 심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마친 후 국교위는 "16명 중 12명 찬성, 3명 반대, 1명 기권 표결로 심의본을 수정 의결했다"며 "소위원회를 운영해 합의된 내용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입장문을 낸 다섯 위원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항이 있다"며 "위원장은 추가 토론이 필요하다는 위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방적 강행 처리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저희 몇 위원은 이 상태에선 정상적인 심의와 의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회의장에서 퇴장했다"며 "2022 국가교육과정의 총론과 각론을 이런 방식으로 심의·의결했다는 것에 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조희연 위원(서울시교육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쟁점들이 충분히 토론되지 못했다"며 "생태전환의 비전, 성평등과 성소수자 문제, 민주주의의 다양성 등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대표하는 국교위원으로서 이 점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우려와 함께 앞으로 미래를 담은 교육과정이 실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 성향 교원단체도 유감을 표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교육 주체들의 바람을 짓밟고 퇴행적 교육과정을 졸속 심의·의결한 국교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사회적 합의와 조율을 통해 백년대계 교육과정을 논의해야 하는 국교위는 정권의 거수기를 자처하며 교육과정 논의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며 "사회적 합의 없는 국교위, 오로지 정권의 입맛에 맞춘 심의안에 의결 거수기 노릇을 하는 국교위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국교위는 전날 심의본 의결 과정에서 ▲보건 과목의 '섹슈얼리티' 용어 삭제 ▲성적자기결정권 성취기준 또는 성취기준해설 제시 ▲제주 4·3사건 역사 교과서 반영 ▲도덕함, 노작 등 불명확 문구 수정 등을 제외한 심의본을 그대로 의결했다.
행정예고 과정에서 추가돼 교육계 갈등이 첨예했던 '자유 민주주의' 추가, '성평등, 성소수자, 근로자' 삭제 등은 그대로 유지됐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